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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의 서재 Mar 11. 2022

책, 사람, 모임이 있는 곳

한달한책

나는 낯을 가린다. 수줍음이 많다.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다. 낯선 사람 앞에 서면 심장이 뛴다. 많은 사람 앞에 서면 심장은 멈춘다.


그런데!

모임이 좋다. 모임이라는 단어도 좋고, 그 단어가 주는 느낌도 좋고, 그 느낌으로부터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얻는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임, 참여하고 있는 모임만 해도 족히 5개는 되는 거 같다. 부담되고 버겁고 쫓기며 겨우 따라가고 있다. 그럼에도 때려치고 싶은 마음보다는, '또 어떤 모임이 있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다.


서재를 시작하며 세 단어를 컨셉으로 잡았다.

'책, 사람, 모임이 있는 곳'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일 뿐.


왜 모임을 좋아할까? 서로 모르는 사이, 서로 다른 이들이 모이면 그 안에서는 온갖 긴장과 갈등의 연속일 뿐인데. 모임의 무엇이 좋은 걸까? 모르겠다.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결과만 알 뿐이다. 내 가슴을 뛰게 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는 것.


결국 난 모이고자 이 공간에서 이 일을 시작한 것 같다. 책은 사람을 위해, 사람은 모이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기에. 그렇게 나는 책을 미끼로 사람을 만나고, 모이기 위해 온갖 에너지를 모은다.


책이 또다른 책으로 연결되듯이, 사람이 또다른 사람으로 연결되듯이, 모임은 또다른 모임을 낳는다. 책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다. 분리수거가 되는 종이일 뿐이다. 사람 또한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없다. 제자리에서 발버둥만 칠 뿐이다. 그러나 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책의 이야기를 삶의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으며, 사람의 이야기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


2022년 3월, ‘한달한책’이라는 이름으로 15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나라와 환경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삶을 위한 앎을 위해 매일 책을 읽는다.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을 돌아보며, 잔잔한 무지의 강에 돌을 던지고 있다. 


한권의 책이, 한번의 모임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다. 그 앎은 잠시 머물다 떠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책과 사람, 모임은 어느 때에 어느 곳에서 분명 연결될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변화되어 갈 것이다. 


세상은, 나라는 존재를 사랑하기 위해, 더 나에게 집중하게 한다. 내 생각, 내 감정. 그것과 동의되지 않는 것에 대해 외면하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나 자신은 스스로 볼 수 없는 존재다. 거울에 비친 나를 봐야 한다. 책에 비친, 다른 이에게 비친, 나를 알아가야 한다. 그만큼 나를 사랑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살아갈 힘이 생긴다. 


모여야 한다. 긴장과 갈등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서 나를 만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나를 변화시키는 일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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