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닭장 속의 닭이다

[리뷰] Netflex 영화 <화이트 타이거>

by 케이


장르 : 사회 이슈 드라마, 미국 영화
감독 : 라민 바라니
출연 : 아다시 고라브, 라지쿠마르 라오 외 다수
러닝타임 : 2시간 5분


Prologue

학창 시절 역사 과목에 약했던 나는, 어른이 되고 기획을 업으로 하게 된 후로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뒤늦게나마 한국사와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고자 가장 애용했던 건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였다. 뇌섹남의 표본이자 언어천재이고, 말은 또 어찌나 잘하는지 반하려야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마성의 작가님이시다:)

작가님은 영화 리뷰와 함께 그 속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업로드하시는데 이번 주제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설명하는 ‘화이트 타이거’ 리뷰였고, 그 영화를 마침내 시청하게 되었다.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


Movie Story

인도는 오래전부터 카스트제가 뿌리 깊게 박혀있으며, 이는 마치 닭장과도 같다고 비유한다. 끝내 죽게 될 걸 알지만 자유를 줘도 자유를 선택하지 못하는 피폐한 인도인을 ‘닭’에 비유하여 이를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발람’ 역시 가난하고 미천한 신분으로 딸린 식구 여럿에, 번듯한 돈벌이 수단도 없이 살아갔으나 특유의 영특함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야망을 품고 부잣집 기사로 들어가게 된다. 수많은 고난과 갈등,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끝내 주인을 살해하고 인도의 성공한 사업가로 재탄생한다. 이 과정은 ‘나라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란 질문을 던지게 했다.


내가 ‘발람’이라면?

발람은 닭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보다 잘 나가는 직장동료의 잘못을 상사에게 말하기도 하고, 불합리하고 스스로의 존재가 부정당할 때도 그저 ‘Yes’ 맨으로 일관하며 야망의 칼을 갈았다. 마지막엔 가족들의 신변을 책임지지 못할 만큼 위험한 ‘살인’을 저질러 성공의 길로 도망치듯… 닭장을 빠져나왔다.

평소 성공이나 부자가 되는 것에 온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나도 일정 부분 공감을 많이 느꼈다. 가족들이 나 때문에 죽임을 당한다는 극단적인 상황만 아닐 뿐, 가족을 외면하고서라고 잘되고 싶은 마음을 먹은 적은 있었으니까… 생각은 이래도 막상 진지한 상상을 해본다면 가족을 외면하고 성공을 택하겠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삶의 기준과 가치관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인생의 선택의 연속이고 과연 그 선택에 따른 책임과 도덕적 가치관, 무엇이 중요한지는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선과 악에 대하여

선과 악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에게 있어 선과 악은 상대적인 거라 생각한다. 어떤 게 착하고 어떤 게 나쁜 거라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고, 나에게 도움되는 사람은 착한 사람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나쁜 사람인 셈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가장 첫 번째 생각은 ‘그렇다면 자신에게 살인누명까지 씌운 주인을 죽이고 성공한 발람은 악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였다. 영화 속 인물 누구에게도 선과 악의 잣대를 쉽게 적용시킬 수는 없을 것이고, 그게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회가 가진 특징이 아닐까…


Epilogue

마지막 씬은 제2의 발람을 꿈꾸는 인도 사람들의 비장한 얼굴이 비치며 마무리되었다. 보며 왠지 모르게 짠했다. 그래도 우린 여전히 닭인데… 여전히 닭장 안인데… 상위 1%의 성공사례를 보며 성공을 갈망하고 쫓아가는 우리네 모습과도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늘 퇴사하고 싶다고 불합리함에 스트레스받으며 사직서를 품에 넣고 회사에 다니는 나도 이 세상 닭장의 닭일 뿐이다. 용기 있는 자가 퇴사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용기 있는 자가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데 왜 나는 아직도 닭장 속이 불쾌하지만 아늑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