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내가 비행기 창가에 앉는 이유

2023년 1월 2일 코타키나발루행 비행기에서

by 케이

지금은 코타키나발루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다. 시간은 저녁 8시 40분경.

여행은 해도 해도 설렌다. 더군다나 3년의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이다.

국내여행이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그리고 좋다고 인정도 하지만...

해외여행이 주는 설렘과 특별함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너무 허세적인 걸까? 생각해 봐도 낯선, 새로운, 이국적인 상황이 주는 설렘은 해외여행이 최고다.


해외여행에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건, 비행기 창가자리다.

옛날에 해외여행을 몇 번 못 가봤을 때,

이젠 해외여행쯤은 익숙해서 지겹다는 듯 쿨하게 아무 자리나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멋있었다. '우와! 얼마나 많이 다니면 창가자리를 거절할 수 있지?'

그래서 구질구질한 내 모습을 은근히 의식하면서 몰래 창가자리를 사수해 왔다.

이젠 적당히(?) 경험해 본 나로선 당당해졌다. 난 무조건 창가자리 앉을 거야!!

살면서 비행기를 탈 때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천문학적인 것들.

구름과 대기, 하늘, 우주, 달, 별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왜 잡으려 하지도 않느냐는 거다.

물론 비행 내내 창밖을 내다보진 않지만, 여행의 반은 비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설렘의 반을 차지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야간비행은 어둡기 때문에 엄청난 뷰를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막상 타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사는 도시, 내가 사는 나라.

세상에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정말 놀랍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얼마나 하찮은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한지 깨닫게 된다.

동시에 사람 사는 게 하늘아래 다 똑같구나...라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구름 위 대기권에 진입하면 마치 구름이불을 깔아 놓은 듯한 폭신한 광경에 마주한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포근하고 폭신한 느낌이 나에게 전달된다.

그 위로 희미한 경계산과 까만 하늘 속 밝게 빛나는 별을 보면

내가 진짜 하늘 위에 떠있는 게 맞나? 싶은 몽환에 빠져든다.

끝도 안 보이는 광활한 하늘 위 점같이 느껴지는 비행기. 그리고 비행기 속 더 작은 '나'라는 점.

내가 이렇듯 사소한 점임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이 세상, 이 지구를 위해

작은 것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범 지구적 목표의식이 샘솟으려 한다.

너무 아름답고 소중하다.

어떻게 찍어도 잘 담기지 않아 아쉬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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