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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일라 Feb 15. 2024

뻔하지만 두 아이
워킹맘으로 살아남기

오늘도 미팅 릴레이다. 홍콩에 있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본과 싱가폴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기획하고 모 그렇다. 재택 3일에, 성수동에 있는 공유 오피스에 이틀만 출근해도 되는 에이전시 생활을 한다고 하면 꽤나 다들 부러워한다. 5년의 경단을 끊어내고 다시 시작한 Corporate 생활이다. 심지어 지원한 자리도 아니었고 먼저 제안을 받고 3번의 인터뷰, 2개월의 시간을 걸쳐 얻어낸 직장생활이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시작하였고, 아직도 무슨 마음으로 나의 일본인 전무이사님이 나를 좋게 봐줬을까 싶다. 에이전시 세계는 특히나 경력 단절이 약점이다. 


둘째가 막 두 돌이 되기 전에 일을 시작했고, 남편은 사실 믿음으로 4개월 더 빨리 이미 육아 휴직은 시작해 놨다. 사실 막중히 줄어들 수입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예상한 것 보다 훨씬 빡세고 빡센 K-직장생활을 호되게 맛보고 있던 남편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잘 까봐, 그것보다 철야로 야근을 하는 남편이 이러다가 길거리에서 객사할까 봐, 어차피 언젠가는 남편도 좀 여유롭게 아이들이 커가는, 특히 이 귀한 영유아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질럿던 일이었다. 남들은 어쩌면 내가 믿을 구석이 있어서라고 여길 테지만- Math는 매우 심플하다. 덜 쓰고, 덜 원하고, 덜어내고, 모 - 욕구 따위 조금 더 눌러야 된다.


막 제대로 된 대문자 P같이 간다고 여기는 즉흥적으로 보이는 극단적인 결정들이 있는 삶이지만, 사실은 그 뒤에는 치밀한 고민과 집념, 집요함 등이 있다. 걱정과 여러 시뮬레이션으로 잠을 못 잔 밤은 셀 수가 없고, 셀 수 없는 지원을 하며 여러 기업들과 인터뷰를 보았다. 가만히 있던 적은 없다, 계속 무엇이라도 움직였고,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모라도 해볼려고는 했다. 아이를 낳고 늘어난 뱃살은 무엇을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상황들은 변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제왕절개를 탓하지 않을 수가없었다. 첫째를 낳고, 특히나 아이가 역아였기에 더 깊고 넓게 짼 배의 흉터 덕분에 켈로이드성 피부는 붉고 두툼한 흉터를 남겼고, 그 주변은 아직도 간지러워 벅벅 긁어대도 내 살 같지 않고 시원하지가 않았다. 해도 해도 거절만 난무하는 인터뷰 질문에는 항상 '아이 둘을 낳고 집에 들어앉아 애만 키우고 있던' 나의 스토리가 나를 물고 놔주질 않았다, 둘찌가 빨간 뱀이라고 부르는 켈로이드같이 깊게 물고.


근데 여기서 포인트는 그렇다고 갓생을 진짜 막 멋드러지게 살아내서 나의 멋지고 생산적인 모습들을 SNS에 담아내 인풀루언서 까지 될정도 만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아주 당당하게 말이지.

세미 관종인 나는, 이렇다할 덕력도, 그렇다고 나의 커리어가 절대 화려하지도, 모 적당하게 아주 적당하게. 운동도 적당히, 식단도 적당히인데. 그럼 이야기의 포인트가 무엇이냐, 모 나 경단 끊어냈습니다! 라고 엄청 말하기도 그렇고. 어쩌면 운도 있을 것이고, 나의 적당한 집요함도 있을 터이고, 남편을 육아휴직을 대책 없이 하게 하고 나서 미친 듯이 운명에 맡긴 모습도 있지만- 다 어쨌든 꿈뜰거림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래, 질럿다는 것.  된다. 된다. 하면 되긴 될것이다!


만 3살부터 수면 분리를 2년 동안 그래도 해냈던 아들, (혹은 내가 하게 만든 것도 있지, 반년을 깨면 토닥였다고) 요새 다시 결국 두찌랑 자는 나의 모습에 질투를 이기지 못하고 안방 침대 밑에 자리를 깔고 주무시고 계신다. 한 놈이 안 자고 짜증을 부리니, 다른 놈도 같이 울어 재끼는 매일 밤의 카오스 속에서 그냥 급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6살 저 아가 같은 첫째도, 지금만치 키운 만큼만 더 키우면 중학생이 되어 우리랑 자기 싫다고 하겠지. 엄청 서운하다. 벌써 서운하다. 27개월 아가 같은 두찌의 부들부들한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로 넣어 만진다. 뻔하지만 워킹맘이던, 전업맘이였던, 내가 살아남는 건 지금, 이 순간을 꼭꼭 씹고 아끼며 흘러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이다, 벌써 그리워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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