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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Jul 09. 2018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 <강원국의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은 후 팬이 되었다. 블로그와 팟캐스트 등을 통해 알려주는 글쓰기 조언들을 꼼꼼히 새겨들었다. 저자의 이야기는 딱 내가 원하는 글쓰기 조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원국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한한 응원 때문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들렸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연습만 한다면 당신도 충분히 멋진 글을 쓸 수 있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끊임없이 내게 할 수 있다 이야기해 줬다. 

글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끔 말하는 기억이 있다. 책보다는 실제로 글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배우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방송국 작가로 일하시는 분의 수업을 들었다. 이제 나도 진짜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구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수업에 들어갔다.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고 왜 글쓰기 수업을 듣고 싶은지 쓰라고 했다. 열심히 썼다. 수강생들의 글을 모아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그리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비판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A4 용지 2/3 정도 글을 써냈는데 기억나는 것은 단 한 줄, '짧은 글이 아닌, 긴 글을 쓰고 싶어요.' 강사가 말했다. "지금도 글을 길게 썼는데 뭘 더 길게 쓰고 싶은 건가요?" 

첫 수업이 끝나고 나를 포함한 3명이 바로 안내데스크로 가 수강을 취소했다. 그녀는 오만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글과 생각과 열정은 일단 무시하고 시작했다. 자신이 정답이라는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더라도 자신의 글이 최고가 아님을, 많은 책을 읽고 있더라도 수강생 모두가 자신보다 책을 적게 읽고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교만이다. 그런 사람이 쓰는 글은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그녀의 수업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수업이나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생겼다. 오만하지 않은 글을 쓰는 사람, 자신의 글이 최고라는 교만이 없는 사람. 그것이 바로 내가 글쓰기 책을 고르는 기준이다. 그리고 <강원국의 글쓰기>는 내 기준에 딱 들어맞는 책이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옆에 두고 읽고 읽고 또 읽고 싶은 글쓰기 책이다.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 조언은 글과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이곳저곳에서 들려준 글쓰기 방법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원국의 글쓰기>를 쓰기 위해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100권 가까이 읽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독서와 글쓰기 방법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작가가 28년 동안 경험한 글쓰기 노하우와 함께 말이다. 책을 읽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그가 알려주는 글쓰기 노하우를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는 오로지 책을 읽는 당사자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쓰느라 힘들었다. 이제 당신이 읽느라 고생할 차례다." 

<강원국의 글쓰기>를 읽으며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물론 독자들이 보기 쉽게 첫째, 둘째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 이외에도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이 무척 많았다.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읽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본인이 가장 원하는 부분을 찾아서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모든 글은 독립적이며 실용적이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에 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글이라는 것을 평생 써왔기 때문에 글쓰기에 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썼다, 못 썼다 평하면서 잘 쓰는 사람을 무시하려 든다. 동시에, 글쓰기 두려워 글을 멀리한다. 그러면서 글쓰기는 부질없는 짓이라며 폄하한다. 


글쓰기에 관한 많은 책이 있다. 어쨌든 글을 잘 쓰려면 직접,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다. 잘 알지만, 계속 글쓰기 노하우 책을 읽는 이유는 첫 단어를 쓰기가 여전히 어렵고 두렵기 때문이다. 본인의 노하우를 기본으로 글쓰기에 대한 책 100여권의 팁을 담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강원국의 글쓰기>안에는 이미 알고 있는 방법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국의 글쓰기>를 읽고 또 읽고 싶은 이유는 바로, '어떻게'라는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해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낀 그의 책은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한다. "평소에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기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 낼까요?" 저자가 답한다. "첫째는 독서, 둘째는 토론, 셋째는 학습 그리고 마지막은 메모다." 묻고 답하기 식으로 설명하는 <강원국의 글쓰기>책은 글쓰기 노하우에 대한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부터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글쓰기 책 프로 독서가들까지 만족시켜 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다. 살아 있는 것만이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죽은 것은 그저 떠내려간다. 깨어 있는 사람은 기억을 거슬러 글을 쓴다. 기억은 또한 죽은 것도 살려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은 무덤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혔으니 내가 죽지 않는 한 그들도 죽지 않고 살아간다고. 인생에서 남는 것은 기억뿐이다. 글로 쓴 추억만 남는다. 

나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상상력이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글은 재능이 아니라 연습이다. 간절함에 따라 조금 더 잘 쓰고 못쓰고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작가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지만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강조한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나는 왜 쓰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목표가 명확하면 출발은 금방이다. 속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자꾸만 가는 방법만을 찾고 있는 것이다. 

SNS 덕분에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말하는 온라인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왜 온라인에 글을 쓰는지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둘째, 목표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일관성이다. 마지막으로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SNS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글쓰기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왕 글을 쓰기로 했다면 분명한 목표를 세워 글쓰기 능력과 성취의 보람을 함께 느껴보면 좋지 않을까.


글 쓰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다. 이들은 글을 들고 독자 앞에 나선다.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이것을 알고 있고 이렇게 생각하고 느꼈고 깨달았다'고 얘기한다. 자신을 드러낸다. 이것이 나라고 외치는 것이 글쓰기다. 관심받기를 싫어한다면 왜 글을 쓰는가. 정치인과 언론인의 글은 말할 것도 없고 문인과 과학자, 철학자, 연예인 할 것 없이 글을 쓰는 이유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당장 뭐라도 쓰고 싶어 머릿속이 온갖 이야기로 가득했고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좋은 책은 빠른 길을 알려주는 것보다 하고 싶게 만드는 열정을 심어준다. <강원국의 글쓰기>는 쓰고 싶은 욕망과 함께 글쓰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알려준다. 

책을 읽는 내내 왜 글을 쓰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 마음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는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물론 아직 모든 질문에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잔뜩 생겼으니 <강원국의 글쓰기> 일독의 결과로 만족한다.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면 강원국의 글쓰기가 아니라 나만의 글쓰기 노하우도 생기겠지. 읽느라 고생하라 했지만 읽느라 즐거웠다. 당신도 나처럼 책을 읽으며 즐겁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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