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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Jul 15. 2018

우리 모두는 그렇게 자란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쓴 존 그린의 신작이다. TV 영화 소개를 통해 알게 된 '안녕, 헤이즐'과 원작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꼭 보고, 읽어 봐야지 목록에 넣어둔 영화와 책이다. 아직 그 둘 다 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존 그린의 이번 책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를 편견이나 비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는 의미 있는 이야기였고 기대한 것보다는 조금 지루한 내용이었다. 아마 이미 오래전 지나온 길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 누구나 거쳐온 그 시간 속의 이야기.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의 주인공 에이자는 조금 더 특별하고 힘겹게 지나고 있다. 손가락 끝에 생채기를 냄으로 끊임없이 자기가 병균에 감염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에이자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그 외에는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이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강박증이 있는 소녀의 성장기'라고 하겠다. 

억만장자 CEO 러셀 피킷이 실종되었다. 행방을 제보하는 시민에게 10만 달러의 현상금이 지급된다는 소식에 에이자의 친구인 데이지는 그의 집으로 가서 행적을 추적해 보자는 제안을 한다. 그의 아들 데이비스와 예전에 캠프에서 만난 적이 있고 강 건너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카누를 타고 그의 집으로 향한다. 그녀들이 원하는 피킷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지만 대신 에이자는 데이비스와 다시 연락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고요하다. 에이자의 강박에 대한 증상, 결국엔 손 소독제까지 마시게 되는 상황도 벌어지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에이자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라 그런지 늘 그래왔듯, 일상의 한 부분인 양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아픔은 당사자 밖에 모른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끊임없이 자신과 이야기하는 에이자의 독백이 이어진다. 강박증이라는 특정한 증상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모습에서 일반 청소년들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찾아볼 수 있었다. 


'넌 네 머릿속에만 갇혀 있다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평범'이라는 기준에서 보자면 분명 에이자는 벗어난 아이이다. 그렇다면 그 '평범'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행동해야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켜야 할 항목이 있는 걸까.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분명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졌다. 그래서 성장 과정이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들고 이겨내야 할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 그녀뿐일까. 누구나 자신만의 증상이 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조금 힘들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나에게는 오래전 지나온 시간, 에이자는 현재 극복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를 힘겹게 보낸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야기가 조금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있거나, 아직 그때의 감정들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은 후 표지를 보니 에이자가 늘 이야기하는 나선형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의 나선형에 갇혀 끊임없이 내려갈 때가 있었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그 시간, 우리 모두가 자라온 과정을 떠올릴 수 있는 누군가의 성장 소설이다. 책보다 영화로 더 잘 어울리는 이야기인 것 같다. 20세기 폭스에서 영화화하기로 결정 났다니 영화가 개봉되면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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