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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Jul 22. 2018

가장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조선왕조실록 1,2>

'헬조선'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무려 518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져 내려온 왕조를 몇 마디로 단정 지을 순 없다. 긴 역사 속에서 많은 나라들이 승자에 의해 왜곡되어 기억되듯, 조선 역시 일제강점기라는 슬픈 역사 속에서 찬란한 빛이 사그라든 채 전해져 내려왔다. 

하지만 우리에겐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위대한 기록 유산이 있다. 태조 이성계부터 철종까지 무려 25 대 472년간의 기록이 꼼꼼하게 남겨진 우리의 <조선왕조실록>. 대부분의 역사 기록물들이 뒤를 이른 나라의 시각에서 평가한 것과 달리 <조선왕조실록>은 사관들의 투철한 직업정신과 시스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서로 남아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선왕조실록>은 역사 기록물임과 동시에 가장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책이다. 


<조선왕조실록>은 10년간의 구상과 자료조사 기간 그리고 5년간의 집필이라는 저자의 끈질긴 노력 속에서 태어났다. 이번에 다산북스에서 출간된 <조선왕조실록>은 총 2권으로 1권에서는 태조, 2권에서는 정종과 태종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와 드라마를 좋아해 조선의 왕들 중 적어도 태조와 태종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알던 것들이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이 역사서라 재미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이 그 생각을 바꿔줄 것이다. 각 권이 한 편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역사 소설과 같았다. 


조선을 개창하기 전 12년 전인 우왕 6년의 일이다. 이때만 해도 이성계는 고려를 구한 영웅이었다. 이 영웅이 고려 왕조를 무너뜨린 줄은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이성계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왕조실록 1>은 이성계 집안이 어떻게 고려를 떠났고 다시 돌아왔는지부터 시작한다. 흔들리는 고려 왕조와 떠오르는 이성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간략하게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통해 조선이 세워졌다'라는 한 문장에 왜, 어떻게 그리고 그 후라는 자세함이 덧붙여진다. 혼돈의 시대, 그 어지러움을 바로잡기 위해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등장하고 사라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왕조만큼이나 매력적이었고 슬펐다. 

고려의 무장이었으나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2번에 거친 왕자의 난으로 아들 이방원과의 갈등 속에서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조선왕조실록 1>은 500여 년을 길게 이어져 갈 조선을 세운 탁월한 리더인 태조 이성계에 대한 모든 것을 들려준다. 

태조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혁명적 토지 개혁을 단행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랑과 고려를 멸망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 짊어질 수 있는 극도의 증오를 동시에 받으면서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가는 저승에는 함께 이 왕국을 만들었으나 먼저 왕국을 떠난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그랬듯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조선왕조실록 2>는 인정받지 못한 왕인 정종과 태조 이성계가 죽는 날까지 날을 세운 이방원, 태종에 대한 이야기이다. 새로운 왕조가 시작된다고 모든 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개국보다 나라의 틀을 바로잡는 시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조선왕조실록 2>의 정종과 태종의 시대가 바로 그런 시대이다. 여전한 태조와의 갈등,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당시에도 위치가 불안했던 정종, 태조만큼이나 잘 알려진 태종의 시대. 각 왕의 시대가 자르듯 끝나고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태조와 정종, 태종 3대에 걸친 노력 속에서 조선의 기본이 제대로 다져졌다.

역사에 흥미가 있다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조선왕조나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조선왕조실록>은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학창시절에 외웠던 태정태새문단세를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길지 않은 문장으로 잘 풀어놓았다. 한편의 역사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어떤 활극 못지않은 극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역사 이야기였다. <조선왕조실록>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지 몰랐다.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역사 하나하나는 단지 흥미 있는 옛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되새기며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들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조선왕조실록>은 단지 아주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이곳에서 다른 형태로 끊임없이 나타난다. 

현실은 과거의 다른 형태이다. 현실과 미래를 알고 싶다면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봐야 되지 않을까. 세종부터 고종, 순종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또 다른 <조선왕조실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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