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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Aug 11. 2018

운을 부르는 인테리어 <운을 만드는 집>

동생이 장사를 준비 중이라 최근에 꽤 많은 상가를 둘러봤다. 원래 운을 부르는 공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고 중요한 점포를 골라야 하는 요즘 상황이 맞물려 <운을 만드는 집>은 내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집보다 더 오래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자 돈을 벌어야 하는 상점을 고르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가격이며 위치가 좋은 곳이 있었지만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찝찝해 그만두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위치에 저렴한 임대료였지만 공간에서 풍기는 기운은 그런 장점들을 금세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집과 상가, 회사 등 모든 공간에는 그곳만의 기운이 있다. 그리고 그곳을 채우는 인테리어 역시 공간이 가진 기운을 더 좋게 할 수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위즈덤 하우스에서 나온 신기율의 <운을 만드는 집>은 평소 운을 부르는 인테리어에 대한 나의 생각을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한국은 '터'의 힘을 믿는다. 나 역시도 오랜 세월을 거치며 굉장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온 풍수를 믿을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주택의 형태가 변화했기 때문에 집터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좋은 터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하자. 같은 라인에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모두 터의 기운 덕분에 좋은 일만 일어날까? 터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더욱 중요하다. 

<운을 만드는 집>은 운을 부르는 인테리어의 예시를 꼭 집어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실용서보다 '왜'에 초점을 맞춘 이론서에 가까운 책이다. 왜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떤 공간 인테리어를 해야 막힌 기운을 뚫을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당장 적용해 볼 수 있는 몇 개의 인테리어 샘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흐름을 이해하고 각자에게 맞는 인테리어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기본을 알려주는 책이다. 


신기율 저자는 좁은 곳이라도 집안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한 특별한 장소를 마련해 그곳을 나의 슬픔과 분노를 해소할 정서적 화장실로 이용하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서재 한켠을 소박한 다실로 꾸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평정심을 찾는다고 한다. 넓은 아파트지만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 없어 혼자 있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직장 동료의 푸념이 문득 떠올랐다. 

<운을 만드는 집>의 장점은 획일화된 인테리어가 아니라 자신의 공간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순환이 안되는 병든 집인지,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집인지 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나의 집에서 유독 피곤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공간이 가진 유통기한이 다 되었음을 인식하고 알아봐야 한다. 만약에 유통기한이 다 된 공간이라면 집의 유통기한을 늘려보자. 저자는 살고 있는 사람의 건강한 의식, 공간의 에너지장을 만들 수 있는 낭송, 집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이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과거 문명이 강 옆에서 번성했던 것과 같은 이치로 물에 쉽게 접근하고 쉽게 쓸 수 있는 이들이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 시설이 잘 갖춰져 집집마다 마음대로 물을 쓰고, 농사가 아닌 사람으로 돈을 버는 서비스업이 번성하는 시기다. 과거에 부를 관장하던 물은 결국 어항이라는 상징으로만 남게 되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과거의 철학에만 의지해 부자의 터를 찾거나 사행심을 부추기는 업자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부자들의 스페이스로지, 즉 부자가 공간을 다루는 기술이다.

<운을 만드는 집>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달라지고 있는 시대에 맞춰 변화된 공간 인테리어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거울이 보이면 안 된다는 등의 천편일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책에는 우리 시대의 리더들의 공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간, 국내 2위의 종합 미디어그룹의 대표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치호 씨의 집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김수영 씨의 집을 통해 공간이 주는 힘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은 넓어야지만 좋은 기운을 부르는 걸까? 저자 역시 3평 남짓한 고시원 공간에서 세상을 이겨낼 힘을 배웠다. 일러스트레이터 김령언씨는 6평의 작은 공간을 좋은 기운을 끌어들이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돈을 끌어들이는 가구 배치, 자녀의 성적 향상을 위한 공부방 구조 바꾸기 등을 알고 싶다면 <운을 만드는 집>은 당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하나의 목적에 맞는 한 번의 특별한 변화는 없다. 소파 위치를 바꾸고 거울을 옮겨 단다고 운이 당장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공간이 가진 전체를 이해해야 그곳의 기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낡고 허름하지만 그곳에서의 머무름이 최고의 휴식인 집이 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최신식 아파트라도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집도 있다. 가구 하나 바꾼다고 그 집이 가지는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순환이 되는 않는 집에 바람이 흐르도록 하고 유통기한이 다 된 곳에 주인이 좋은 기운을 넣어줘야 한다. 

<운을 만드는 집>을 읽으며 집안 곳곳을 꼼꼼히 살펴봤다. 순환을 막는 짐들을 정리하고 기운을 불러들이는 좋은 낭송도 할 것이다. 집은 그곳에 사는 주인과 함께 어우러져야 운을 불러들이는 공간이 된다. 지금부터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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