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 Sep 03. 2018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해방되기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상대방을 통해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이라는 부제를, 나는 인간의 생애를 통과하는 모든 감정에 관한 심리 수업이라고 다시 적고 싶다.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칭찬과 비난에 우리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가족과 부부, 우정이라는 관계 속에서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추적, 조사해 온 여러 사람들을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객관적인 결과를 들을 수 있다.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세 단락으로 나눠 설명한다. 인간 출생 직후부터 시작되는 칭찬과 비난에 대한 이야기,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인 칭찬 그리고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인 비난에 대해 말한다. 추상적인 감정에 대해 설명했다면 다음 단락에서는 가족 사이, 친구와의 우정, 존중을 필요로 하는 부부 사이와 한정된 칭찬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직장 속에서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세계인 소셜미디어에서의 끝없는 비교를 보여준다.

뇌의 건강한 성장에 핵심 요소이며 아무리 많아도 해가 되지 않는 것은 칭찬이다. 하지만 칭찬도 용법과 주의사항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나친 칭찬은 칭찬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칭찬이 진짜 칭찬이 되지 않고 동기를 의심하게 만드는 칭찬이라면 아무리 해도 해가 되지 않는 칭찬일지라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누구나 비난을 두려워한다. 누군가로부터 거부당할 수도 있다는 고통을 저자는 손이 베이거나 불에 데거나 몸을 맞았을 때 느끼는 고통에 버금간다고 말한다. 비난 중에서 특히, 수치심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데 그중에서도 죄책감을 동반한 자기 비난이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느끼는 존중감 없이는 삶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존중감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며, 그래서 존중감이 사라져 버리면 스스로 존재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태어나 가장 먼저 맺는 관계인 가족.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감정을 공유하고 배우며 상처받는다.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에서는 사춘기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기억을 품고 자라난 어른의 시선 등 여러 명의 사례를 보여준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들의 비난을 힘들어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인내심과 공감하는 마음을 극한으로 몰아가며, 가족의 판단 체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그것의 약점을 찾아내려고 애쓴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심리 수업'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책은 흥미진진한 심리학 수업을 듣고 있는 기분을 들게 한다. 이론만 주야장천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적절하게 들려주어 심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듣고 공감할 수 있다. 

어떤 관계보다 친구 사이가 중요하다면 '우정:무리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투쟁'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학창시절의 여러 사건들이 떠올랐다.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원인을 알고 싶다면 '부부:항상 나를 존중하고 있음을 표현해 줘'가 당신이 원하는 답을 들려줄 것이다. 

부부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또 하나의 비난 방식은 배우자의 생각과 동기를 추측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치명적이다. "당신 기분 충분히 알겠어"라고 달래듯 말하는 대신 배우자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듯 비꼬며 말한다. "당신은 내가 잘 알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보여"

여러 상황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소셜 미디어 속에서의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소셜미디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최근 우리의 판단 장치를 왜곡하는 또 다른 세력이 등장했다. 이것은 판단의 속도를 증가시키지만, 동시에 판단의 신뢰도는 감소시킨다. 또 낮은 수준의 정보는 빠르게 확산시키는데 비해 다소 복잡한 양질의 정보는 거의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판단의 새로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요즘 10대들은 페이스북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댓글에 집착해 목숨을 거는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완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오프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우리는 두려워하고 상처받으며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두려움들에게서 어떻게 벗어나 사람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 자신감 있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의 심리 수업을 통해 인간과 관계에 대해 배웠다면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을 통해 자신을 점검하고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틀을 깨길 바란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평생을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끊임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들의 감정에 따라 휘둘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판단하고 바꾸는 단단한 내면을 키울 필요가 있다.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조승연의 인문학 에세이 <시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