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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Sep 13. 2018

소설로 탄생한 '욥기'의 후속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를 읽은 후 '욥기'를 검색했다. 지식백과에서 알려주는 '욥기'는 다음과 같다.

욥기 : 총 42장으로 되어 있으며, '잠언' '전도서'와 함께 지혜문학을 이룬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이스라엘의 족장 시대, 즉 아브라함 시대 직후에 있었던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주제는 고통을 통하여 인격과 믿음을 정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욥은 고난받는 경건한 이스라엘 사람의 한 모델로서 국가적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동시대인들에게 하나님을 원망하지 말고 좋은 시대의 도래를 기다리도록 격려한다. 그리고 의인이 경건한 신앙적 자세를 끝까지 견지하고 의로운 하나님을 믿으면 반드시 하느님의 복과 구원이 있다는 것을 전해준다. 

기독교가 아니라 '욥기'에 대해서도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욥기 43장'이라는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의 부제를 보고 43장에 대해 재해석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욥기는 42장이다. 이 책은 42장으로 끝나는 구약성서 욥기를 읽고 이기호 작가가 새롭게 탄생시킨 후속편이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답게 신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목양면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에 대한 취조로 구성된 소설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을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도록 구성해 놓았다. 용의자와 목격자 외에 책 속에는 놀라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나이를 알 수 없고 무직으로 표현된 하나님.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하나님을 조사 대상에 올려놓다니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에 감탄했다. 

사고를 조사해 가는 추리소설인 듯했으나 종교와 인간에 대해 드러내는 소설이다.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기독교를 모르니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각각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도대체 누가, 왜 목양교회에 불을 질렀는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수록 궁금함이 더해졌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이제부터 당신은 목양교회 방화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된다. 용의자와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씩 퍼즐을 맞춰가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범인이 누구냐에서 최근직 장로는 누구인가로 포커스가 옮겨가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다시 방화사건의 범인 찾기로 돌아오지만 쉽지 않다.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등장하며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끝난다. 

'그래서? 그래서 범인이 누구란 말이야?'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진짜 범인이 맞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끝맺는지 혼란스러웠다. 이야기는 명쾌하지만 명쾌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님이라는 존재와의 대화가 가장 독특했다. 신이라는 자신의 상황에 충실해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대는 장면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나님은 반복해서 말한다. '들어보아라, 듣기나 하라, 계속 들어보아라.' 

에이씨, 진짜.....왜 또! 뭐! 뭐가 또 문제냐? 뭐가 상관이 없다는 게냐? 네가 사물의 상관있고 상관없음의 차이를 진정 아느냐? 무엇이 연결되어 있고, 무엇이 떨어져 있는지, 네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느냐? 에이씨, 진짜....

그리고 하나님은 최근직 장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마 '욥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를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무런 지식 없이 오직 소설로만 읽어도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충분히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독특한 이야기 구성이 좋았다. 이야기를 잘 따라간다고 생각했지만 '어!' 주춤하게 만드는 결말 또한 신선했다.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선보이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믿고 보는 소설선이 되어간다. 다음에는 어떤 매력적인 이야기가 탄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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