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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Sep 24. 2018

최현우 마술사와 피터 래빗이 전해주는 힐링 에세이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공감하고 힐링 되는 에세이가 있다. 가득 찬 글자가 없어도, 화려한 그림이 없어도 책장에 꽂아두고 한 번씩 꺼내 읽고 싶은 책이 있다. 피터 래빗과 최현우 마술사가 전해주는 힐링 에세이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가 바로 내겐 그런 책이었다. 

짧은 몇 문장뿐이지만 단 몇 줄로 위로받았고 어른 동화처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최현우 마술사가 내게 힐링과 위로라는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것만 같았다. 빈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공감 에세이를 찾는다면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가 당신이 찾는 바로 그런 책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 피터래빗. <이제 내게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에 등장하는 피터래빗은 우리가 알고 있는 토끼스러운 그 피터 래빗이 아니다. 조금 더 동글동글 귀엽게 표현된 토끼와 친구들 덕분에 이미 알고 있는 피터래빗이 아닌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나는 것 같았다. 


힐링 에세이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에는 피터래빗 외에 많은 친구들이 등장한다. 똑 부러지는 피터의 여토친 엘린, 온화하지만 화를 낼 때는 엄격한 피터의 엄마 소피아를 비롯해 남에게 보이는 걸 중요시하는 트윗칫, 결벽증이 잇는 숲 쥐 티틀까지 피터를 비롯한 그의 가족, 친구들은 작은 숲속에 사는 동물들이 아니라 바로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무대 위에서 마술쇼를 하던 최현우 마술사가 동화 같은 이상한 공간으로 빠져 버렸다. 그에게 주어진 미션 '프로 걱정꾼, 피터 래빗과 그의 친구들 고민 25가지를 상담해 주시오. 상담을 마쳐야 다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어딘지도 모를 곳에 떨어진 것도 모자라 돌아가고 싶다면 상담을 하라는 어이없는 미션을 받는 최현우 마술사. 그는 과연 숲속 친구들의 25가지 고민 미션을 해결하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피터, 요즘 어떤 일로 마음 앓이를 하고 있니?' 그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에는 '당근뿐이 삶은 없어', '나만 그런 건가요', '지금 불행하다면 다음은 행복일지 몰라'라는 3가지의 소주제로 25가지의 위로를 전해준다. '후뿌뿌뿌 마법사의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치며 고민의 요점을 정확하게 집어줄 뿐만 아니라 쉽게 따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도 함께 알려준다. 


뛰어갈 타이밍이 아닌데 남들이 뛴다고 따라 뛸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더 금방 지칠 뿐이에요.

마음이 이끄는 삶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나아가면 돼요.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면 어느 순간
꿈꾸던 삶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내 페이스에 맞춰서 달려갈 힘이 나면 뛰고, 
방전되면 휴식도 취하면서 말이에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죽을힘을 내라는 말이 당연한 듯 살아왔다. 잠깐 멈추고 서 있으면 멀리 뒤처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의미 없는 발걸음, 열정 없는 최선을 하며 일단 앞을 보며 걸어갔다. 어느 순간 이런 게 과연 잘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어깨를 누르고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었던 이유는 멈춰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의 기준은 바로 '나'이다. 나를 기준으로 나의 행복을 위해 나를 바로 보길 바란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네가 틀린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준이 있다고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나에게 쉬어가라 말한다.


힐링 에세이나 공감 에세이라는 표현 외에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를 어른 동화로도 부르는 이유는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단 한 컷의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숲속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그림이 나타내는 것은...'이라는 글귀 없이도 어떤 마음일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는 길지 않은 글과 쉬운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시 처음부터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최현우 마술사가 들려주는 위로는 가볍고 따뜻한 무릎 담요 같았다. 보들보들해서 계속 껴안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길지 않아 부담 없이 다시 읽을 수 있고, 강요하지 않아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힐링 에세이였다.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에는 피터 래빗의 이야기만 나오지 않는다. 나를 위한 질문 외에 다른 사람과 행복하게 어우러져 살고 싶어 하는 고민도 있다. 우리 시대 수많은 차별을 상징해서 등장하는 차별받는 돼지 종족. 숲속 마을에서도 허가증 없이 마을 밖을 나갈 수 없는 그들을 통해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집값이 싼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성형했다는 이유로, 뚱뚱하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놀림당하는 우리 주위의 수많은 편견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불행이 주기적으로 찾아와요. 벗어난 줄 알았는데 자꾸만 불행이 찾아오면 '내 삶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젠 불행이 일상이에요. 

25번째 마지막 질문의 주제는 행복과 불행의 발생 빈도이다. 어떻게 끊임없이 불행할 수 있죠?라고 묻는 피터 래빗에게 최현우 마술사가 대답한다. 

원래 불행은 길고 행복은 짧다는걸요. 인생은 늘 70퍼센트의 불행으로 가득 차 있고, 행복은 30퍼센트만 있을 뿐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을 달콤하게 느끼고, 행복을 좇는 거라고 생각해요. ~ 불행에 대해 너무 생각하면 짧은 행복이 찾아온 줄도 모르고 불행하기만 할걸요. 불행할 수도 있다고 마음을 내려놓는 게 삶을 살아갈 때 편할 거예요. 

최현우 마술사와 피터 래빗이 들려주는 고민과 위로를 담은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에는 머리를 쥐어짤 만큼 심각한 고민은 없다. 살아가는 누구나 가슴에 담고 있을 그런 고민들, 너무 사소해서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꺼려지는 그런 질문들이 가득하다. 

작아 보이지만 나를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고민들을 최현우 마술사가 마법처럼 해결해 준다. 피터 래빗과 숲속 친구들에게 후뿌뿌뿌 마법사가 되어 고민을 해결해준 최현우 마술사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까? 그 답은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아브라카다브라. 이제 나도 행복해질 것이다. <이제 내가 행복해지는 마술을 할 거야>를 읽는 당신에게도, 아브라카다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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