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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Nov 19. 2019

그녀의 이야기가 아닐까 <쌍둥이>

<쌍둥이>의 마지막, 솔직한 작가의 후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저는 소설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전혀 접점이 없던 장르는 쓰지 못할 것 같아서 제 경험을 토대로 밴드 이야기를 쓰기로 했어요. 


후기를 읽기 전에도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책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경험담이 아닐까?'


소설이 상상력을 기초로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모든 것이 허구에서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이나 약간의 에피소드 또는 적어도 소설을 쓰고 싶었던 마음이라도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쌍둥이>라는 소설은 머리 좋은 작가가 자신의 상황을 잘 녹여내어 쓴 소설이거나, 아니면 완벽하게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후기를 읽고 보니 '아, 작가는 참 영리하구나' 싶었다. 


책 속 주인공들처럼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후지사키 사오리는 <쌍둥이>로 소설가로 데뷔했고 나오키상 후보에 올라 관심을 받는 신예 작가이다. <쌍둥이>는 일본 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스펙터클한 사건이나 혼을 쏙 빼게 만드는 화려한 문장은 없지만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 소설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쌍둥이>는 한 소년과 소녀의 성장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중학생 소녀에게 다가온 다소 괴짜 같은 한 소년. 그들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잔잔하지만 꽤 지독한 인연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나를 두고 "쌍둥이처럼 생각해'라고 말하곤 했다. 술을 마시다 보면 때때로 그런 말을 했다. 쌍둥이. 마치 이 세상에 같은 타이밍에 태어나 같이 살아온 것만 같다고. 


소녀, 나쓰코에게 건방지고 짜증 나기 때문에 친구가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소년, 쓰키시마. 


먼저 쌍둥이가 되고 싶어 한 쪽은 나쓰코였다. 친구가 없던 자기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한 살 위의 쓰키시마를 짝사랑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묘하게 달라지는 둘의 관계. 분명 전화를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대학생활을 하며 시작된 쓰키시마와의 밴드 생활. 그와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그를 떠날 생각조차 없는 나쓰코의 감정을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둘의 관계를 보며 답답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책의 시작에서 쓰키시마의 말이 그 둘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인 것 같았다. 쌍둥이. 


<쌍둥이>는 인생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소설의 마지막을 꽉 매어주는 결말은 없다. 사람과의 관계, 특히 나쓰코와 스키시마 같은 관계가 결말이 생길 수 있을까? 여운이 남은 소설이었다. 


일본의 여름밤처럼 습도 높고 끈적이는 어느 여름 날 밤에 문득 다시 생각날 것만 같았다. 아, 둘의 관계가 마치 그런 여름밤의 날씨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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