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치즈케이크 그리고 독서
2025.4.17(목) 19:00 ~ 21:00
와우산로 쇼핑거리 + 렉터스라운지
주 1회 아티스트데이트를 결심한 이후로 어떻게 혼자만의 놀이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이번 주는 피곤함으로 체력이 달리니 분위기 좋은 새로운 카페에 가서 책 읽기 놀이를 하기로 해본다.
퇴근 후 렉터스라운지로 향하는 길.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렉터스라운지까지 가는 서교초등학교 옆길인 와우산로길은 그야말로 쇼핑거리다. 그동안 외면해 오던 쇼핑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길을 걸으며 발산되는 도파민을 부여잡기가 어렵다. 지금은 아티스트데이트 시간이니까 목적지에 가는 길까지 즐기는 것도 하나의 놀이라 위로를 해본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역에서 8분 거리가 내겐 30분이 넘게 걸렸다.
렉터스라운지는 입구부터가 힙하다. 문에 들어섰는데, 주문하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와! 이것 또한 새로운 발상이다. 사방이 검은 벽지에 포인트 그림과 엽서로 입구를 맞이한다.
메뉴 이름도 낯설고 신선했다. 내가 고른 건 "빨간약". 그 의미가 꼭 나를 위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불편하고 낯설지만 진실을 마주해야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죠. 당신이 더 이상 헤매지 않기를 바랍니다.
메뉴 "빨간약"의 의미 문구
나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면하기 위한 휴식과 놀이는 필수이고,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해 오늘 여기에 와 있다. 주문을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 본다. 칸칸의 방마다 소파나 의자가 놓여있고, 외부의 자리도 날이 풀리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다음에는 혼자가 아니라 책에 대한 소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와 함께 와서 외부에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렉터스라운지에는 책도 준비되어 있었다. 책 3권을 뽑아 들었다.
첫 번째는 <에디톨로지>
다다음부터 내가 리더로 참여하게 될 소모임에서 글쓰기를 위한 편집능력을 기를만한 책 후보 중 하나였다. 책이 도톰한 것 같아 모임원들에게 행여 부담이 되지 않을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책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책의 인트로와 에필로그를 읽어보니, 김정운 교수님의 밝고 명쾌함이 녹아있다. 짧은 문장은 읽기도 편하다. 3장으로 이루어진 에디톨로지는 4주간의 소모임을 진행하기에 딱 좋은 책인 것 같다. 그래 너 찜콩!
두 번째 책은 <눈썹이>
같은 책이 두 권 있어서 뽑아 들었다. 그림책인지 만화책인지 모를 책은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30분 만에 휘리릭 읽은 책에서는 여러 가지 캐릭터가 나왔다. 그중에서 하고 싶은 게 매번 넘쳐나는 나와 비슷한 '팽이버섯맨'이 있었다.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되어버리는 상태. 요즘 내가 가장 지양해야 하는 자세로 조금씩 욕심과 조급함을 버리고 있다.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내는 힘은 노력이 필요하다. 독서도 책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의미는 진득하게 결말까지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아티스트데이트 리스트에 넣고 싶은 '정독도서관 LP관'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 왜 이 책이 이곳에 두 권이었는지 알 수 있는 문구가 있었다. 렉터스라운지가 눈썹이 작가님의 작업실이었다니! 책이 만들어진 곳에서 발행된 책을 읽었다는 것도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마지막 책 <싯다르타>
읽으려고 했지만, 도서관에서도 매번 대출 중이라 찾을 수 없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매번 살까 말까를 망설이며 다른 책에 밀려나던 싯다르타였다. 고전을 읽으면서 나는 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한 장씩 읽어 내려간다. 9시가 되니 졸음이 온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 싯다르타는 E-BOOK으로 읽다가 힘들면 종이책을 사기로 결심해 본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이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보냈다. 어두운 분위기와 조용한 음악, 그리고 우디향의 디퓨져.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나를 사로잡기에 완벽했다. 빨간맛을 음미하며 한 줄씩 읽어나가는 재미도, 언젠가 내가 꼭 하고 싶었던 'BookBar'의 분위기를 내기에 최고였다. 이렇게 나는 또 나와의 추억을 쌓았다. 이 추억이 나의 충만한 마음을 채우며 나를 충전해 준다. 다음 주의 아티스트데이트가 또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