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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Jan 28. 2022

크래프톤 웨이, 게임 회사의 치열한 생존에 관한 이야기

크래프톤 웨이, 이기문 지음

다만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고생하며 이뤄낸 것보다 더 큰 성취가 앞으로 있을 것이란 점입니다. 이를 기억하세요. 여러 사람이 제가 미쳐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는데, 저는 이 비전이 실현되기 전에 미친놈을 벗고 인간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 펍지의 수장이 된 김창한이 팀원들에게 쓴 메시지


크래프톤이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된 건 ‘배틀그라운드’라는 총싸움 대전 게임을 통해서였다. 2019년 대만 가오슝 여행을 갔을 때 지하철 광장에서 게임 배틀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게 배그인걸 보고 배그의 인기를 실감한 적이 있다. 알고보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유료 게임이었다. 얼마전 무료로 바뀌고 나서 이용자가 5배나 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총으로 조준하고 격투하는 게임에 참여하면 항상 팀에게 짐이 되는 민폐라는 걸 알기에 게임은 위닝이나 NBA같은 스포츠 게임을 즐겨 하는 편이다. 아이가 생기면서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을 당근에 팔았고 요즘은 게임을 거의 안하, 아니 못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라는 게임은 남자라면 한번쯤은 해봤을 게임이다.  역시도 PC방에서 잠깐   경험이 있는데 꽤나 사실적인 그래픽과 맵이 점점 축소되는 그런 요소들이 총싸움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를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결국  게임은  세계적으로 대박이 나고, 회사는 게임으로 돈을 엄청나게 벌고 있다. 최근 2년간 영업 이익률이 40% 넘고 순이익률 33% 정도니 단순히 계산해서 천원을 벌면 300원이 순이익이라는 얘기가 된다. 게임이라는 콘텐츠 무형 자산을 판매하다 보니 공장이 없어도 되며 재료비도 제로다. 결과적으로 크래프톤은 공모가 49 8000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상장하게 된다. 지금은 장도 좋지 않고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공모가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2월 중 총 발행 주식의 31.6%가 의무보유에서 해제된다.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에 대한 내용보다는 블루홀이라는 회사가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게임업계의 어벤져스가 모여 블루홀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테라’라는 게임을 출시하는 과정에서의 불협화음과 에피소드가 뇌리에 깊게 박혔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과연 내가 블루홀의 개발자였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솔로였다면 어떻게든 버텼겠지만 가정과 애기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회사로부터의 이직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 하는 상각이 들었다. 인트렌치 라는 기업에 창업 멤버로 합류하면서 배고팠던 시절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성공은 결과이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과거 제 프로젝트에서 결여된 것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봤어요. 개발자는 먼저 로망을 가지고, 그 다음 도전과 혁신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도전과 실패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 배틀그라운드 팀원들에게 김창한이 전한 메시지


어쨌든 게임을 만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는 걸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꼈다. 추가로 이 책을 집필하신 저자님도 고생이 많으셨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병규 의장이 블루홀이 힘들었던 시절 회사를 매각했다면 지금의 크래프톤은 없었을 테고, 김창한 대표가 베틀로얄 게임의 창시자라는 브랜든 그린을 스카웃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참 인생이나 회사나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따라 명운이 결정되는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인재에 대한 채용과 관리는 회사를 경영해 본 적이 없어 그닥 고민이 없었는데 회사의 존속에 있어 비전과 더불어 가장 핵심이라는 것도 책을 보며 많이 느꼈다.


우리에겐 노동자 대신 인재가 필요합니다. 노동자와 인재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대체 가능 여부입니다. 노동자는 대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인재는 대체 불가능합니다. 그 사람이 하던 일을 다른 사람이 그 수준으로 못 합니다. 인재는 회사가 싫어지면 회사를 나가면 끝입니다. 오히려 회사가 인재를 잃기 싫어 남아주도록 매달려야 하죠.(중략) 인재는 협업에 강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경험한 만큼 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인재의 덕목입니다.

- 장병규 의장이 팀 면담 할 때마다 강조한 인재론


나는 과연 인재일까. 항상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이야 성장보다 개인의 삶과 가족에 우선순위를 두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성장에 목말라 시간만 되면 세미나라던지 틈틈히 공부를 하며 가치를 높이려 노력했다. 사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 열정이라는 게 이제는 습관이 된 듯한 느낌도 든다. 무엇이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지는 이제는 조금 안다. 그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해보지 못한 경험과 그것을 같이 할 동료가 나를 흥분시킨다. 지금의 회사도 그것에 끌려 나름 재밌어하며 월급을 받고 있다. 어떨 땐 그런 재미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백배 낫다. 재미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 또한 동료들에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되어야하기에, 일을 맡기면 불안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신뢰를 얻어야하기에, 그러면서 가정과 육아도 챙겨야 하기에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하고 공부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와 배그의 탄생 히스토리가 알고 싶다면 처음부터 읽지 않고 300쪽 정도부터 읽으셔도 된다. 분량이 541쪽이기 때문에 평소에 책을 많이 접하지 않는 분들은 완독이 어렵겠지만 일단 내용이 재밌다. 이 책의 진짜는 처음이 아니라 뒤에 나온다. 그러니 중간에 읽다가 포기하지 마시길. 원래 밝혀지지 않은 남의 회사 얘기가 가장 재밌는 법. 크래프톤 주식에 관심이 생겨 읽었지만 결과적으로 매수까지는 잘 모르겠다. MS가 82조원이라는 거액에 블리자드를 인수한다지만 정말 게임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걸까. 메타버스와 NFT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해보지 않으니 와닿지가 않는다. 여튼, 기업에 대한 책은 선입견이 있어 잘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접근 방식이 달라 쉽게 읽힌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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