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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ros Apr 04. 2022

육아휴직을 3개월간 쓰기로 했다

나는 왜 육아휴직을 결심했는가

대한민국에서 아빠가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예전 같으면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 취급했지만 요즘에는 너도 쓰는구나 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렇다고 아빠의 육아휴직이 보편화된 것 같진 않고, 예전에 비해 사용하는 아빠들이 주변에 조금 늘었다. 참고로 2020년 대한민국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이라는 통계를 보면 100명 중 3-4명만 육아휴직을 쓴다. 얼마 전 대선에서 아빠 육아휴직 의무화 공약이 내게 유난히 반가웠던 건 해외에서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쓰는 환경이 참 부러웠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그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육아를 해 본 사람들은 독박 육아가 얼마나 무서운 단어임을 뼈저리게 안다. 이모나 삼촌들이 한두시간 아이와 놀아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육아를 해보면 참 고맙다. 솔직히 나도 독박 육아의 힘듦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이전에 기껏해야 주말 중에 하루 정도를 독박 육아로 한 적이 있고 애기가 아빠보다는 엄마를 많이 찾는 탓에 육아 돌봄 비중을 굳이 따지라면 20~30% 정도를 내가 분담하는 것 같다. 아마 와이프 생각은 그보다 훨씬 아래라고 생각되지만 나름 육아에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아마 와이프는 10% 언저리라고 얘기할 듯..?!


여하튼, 4월부터 3개월간 육아휴직을 쓰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결심한 계기는 단순했다. 무빙워터 라는 유투브를 즐겨 보는데 수많은 영상  아래 영상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와 가족에게 주는 행복에 관해 고민해보게 만들었. 와이프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4월에 복직을 하고,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가 여전히 대기인 , 그래서 아이를  사람이 없다는  육아휴직을 쓰는 합당한(?) 이유에 포함되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엄마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아빠가 연달아 육아휴직을 쓰면 3달간 매달 250만원의 육아지원비를 준다. 이게 사실 가장 컸다. 아무리 가족의 행복이 중요하다한들 자금적으로 압박이 심하면 절대 휴직이란    없었을 텐데 역시 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육아휴직을 한다고 아이에게 주는 사랑의 크기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아이와 더 많이 눈을 마주치고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더 많은 활동들을 하면서 엄마 껌딱지 상태인 아이가 아빠 껌딱지는 아니더라도 엄마가 없을 때 아빠와 자연스레 놀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싶다. 와이프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복귀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육아가 너무 힘들기도 하고 자신의 커리어가 끊기는 걸 원치 않아서였다. 재택을 한다고 업무시간에 애기를 보는 건 아니지만 급한 상황에 잠깐이라도 애를 봐줄 수 있다는 게 심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육아의 부담이 엄청나다는 걸 알았다.


일을 하는 것과 육아를 하는 것 중 어떤 게 쉽냐고 물어보면 모든 부모들은 전부 일을 택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육아에 체질이거나 육아를 제대로 해보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육아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이제 쉬어서 좋겠다는 얘기를 하면 육아를 하는 게 쉬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건데 이게 육아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하튼 3개월간 일을 하지 않아서 좋지만 그만큼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좋다. 기대되고 주어진 기회와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알차고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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