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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ug 01. 2022

 책과 여행의 환장 콜라보 (feat.에두아르)

여행 선언문 - 이주영

#여행선언문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하신 이 작가님의 책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마침 책을 집어들고 읽을 무렵 신변에 불벼락 같은 일이 생겼고, 이 빵빵터지는 책을 읽으며 나는 미친년처럼 울다 웃다를 반복했다. 책 표지만 봐도 양가 감정이 들어 정신줄 놓을 것 같은 기분. (작가님 죄송합니다.)


에두아르(전작의 그 책벌레님)와 작가님의 러브러브 스토리부터, 여전히 속 천불나는 책과 여행의 환장 콜라보. 건물 건물마다 몇 시간씩 역사썰 푸는 친구랑 여행 다니면 몇 번이고 찰진 욕설로 입에 재갈을 물렸을 것 같고….(작가님 또 죄송합니다.) 에두아르는 정의롭기도 해서 무개념 관광객들 보면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고 하는데, 이런 친구 하나씩 있어봐서 느낌 알잖아요, 우리. 완충지대 역할 하다가 살살 열받아서 같이 편먹고 싸우다 경찰서도 가고, 쫓겨나기도 하고 그런 거. 또 왜 이렇게 눈치 제로에 어설픈지. 굳이 여행에 자전거 갖고 가겠다고 이고 지고 가다가 기차를 놓치질 않나, 친구들 다 모아놓고 혼자 신나게 등산을 가질 않나, 이런 판에서 제일 빡센 건 눈치 빤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잖아요, 우리. (작가님께 파이팅을 얼마나 외쳤는지 모릅니다.)


작가님 씩씩거리며 쓰신 문장 읽으며 와 진짜 열 좀 받으셨겠는데 싶다가도, 문장을 따라 들여다보면 멋지다는 표현도 부족한 대단하고 근사한 두 사람의 여정. 현실은 대환장 콜라보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들은 너무나도 풍부하고 흥미진진하다. 에두아르 그리고 작가님처럼 깊고 넓은 식견을 가지고 세상 구석구석 여행 다니면 그 감동이 얼마나 크고 깊을지. 누가 박물관 구경하다가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를 낭송하겠는가.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플로베르, 발자크 작품 줄줄이 등판하시고요. 이런 대화를 하면서 여행하는 이들의 삶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물론 중간중간 작가님 내면의 찰진 욕설 금상첨화로 어우러져 현실감 생생하게 회복 가능.) ‘피노키오’를 쓴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피렌체 출신인 것도 이 책 읽으며 처음 알았다. (<신곡> 1도 이해 못하지만 기를 쓰고 단테 유적지만 기웃거리다 온 관광객 1 여기도 있습니다.)


막판에 약간 어어 이거 반전인가요 이러면 안되는데요 싶다가 역시 다행이다, 로 끝나서 가슴 쓸어내렸고요. 이 재밌는 책을 정신 아득한 상태로 읽고, 이런 산만한 리뷰까지 올리는 건 너무나도 후안무치의 행동이나, 전작 프랑스 책벌레 만큼이나 재밌으니 꼭 한 번 읽어보시라는 추천은 꼭 하고 싶어 용기를 내어봅니다. 아, 여행가고 싶다!


 “파리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에두아르의 도움이 절실했다. 아니, 그를 이용해야만 했다. 미친년이 나쁜 년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 문장 언젠간 꼭 써먹어야지…)


 “책이 건물을 죽이기 전까지 건물은 인류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수단이었다. 에두아르가 건물에 집착하고 해박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갑자기 그가 더 멀게 느껴졌다. 그의 집안을 보며 느꼈던 위화감과는 다른 느낌의 감정이었다. 나와 다르게 고귀하고 아름다운 정신의 소유자로 느껴졌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 인류의 사상을 담은 건축물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존경스러웠다.”


 “프랑스인들은 누가 뭐래도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근사하고 돋보이게 만드는 기술자들이다.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잘난 척한다 싶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가 자기 것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그것이 소중한지 알겠는가? 자기가 자기를 보전하고 긍정하지 않으면 누가 그렇게 해줄 것인가?”


 “사람은 개고생을 해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까다롭지 않으면 사는 게 수월해진다. 그날 이후 비누만 보면 산다.”


 “올랑드가 부도덕한 이유는 그가 바람을 피워서라기보다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도덕이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내 외침에 에두아르는 ‘도덕을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 내리다니 대단한걸’ 하며 빈정댔다. 그날 우리는 정말 대판 싸웠다.”


 “이 눈치 없고 심보 더러운 변덕쟁이만큼 세상에 공평한 것도 없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유일한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된다.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변명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주영 #나비클럽 #k가사랑한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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