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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ug 01. 2022

SNS,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보호받고 있다는 착각 - 질리안 요크

#보호받고있다는착각


최근 페북/인스타 접속 시 ‘동의하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하다’는 고지가 떴다. 맞춤형 광고 표시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정부기관 및 수사기관 등에 개인정보 공유, 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 정보 이전, 위치기반 서비스 활용 등을 포괄하는 규정이었다. 심지어 거절 버튼도 없고, 메일 별도 전송으로 동의를 구하는 형식도 아닌, 해당 어플에서 ‘동의를 누르지 않으면 너는 당장 네 계정에도 접속할 수 없다’ 식의 강제였다. 몇 해 전부터 애플과 메타 간 소송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인 이번 메타의 이번 행보를 맞닥뜨리며,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본 책은 메가 테크 기업 (메타, 트위터, 구글, 네이버 등)의 검열 시스템을 광범위하고도 디테일하게 다룬다. 스무 살의 하버드생이 자신의 학교에 여성 학우들의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 낸  웹사이트가 이제는 일개 국가의 권력과 역사를 좌지우지하는 세계적 준 공공영역이 되었다. 책은 이 폭발적인 발전 과정에서 해당 업체들의 검열 시스템이 얼마나 조악하고 즉흥적이며, 독단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세세하게 고발한다. 또한 이들은 수익 우선적 사고방식, 오로지 미국 중심주의,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며, 그들의 검열 및 알고리즘의 메커니즘은 그 누구에게도 명확하게 공유되거나, 법적인 감사 혹은 제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만든 검열 시스템에서는 ISIS의 테러를 반대하는 이들이 올리는 참혹한 현실의 동영상은 ‘유해성’을 빌미로 삭제되며, 전쟁을 도발하는 미국 대통령의 피드는 삭제 등의 제제 조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모유수유 사진은 선정성을 이유로 삭제되나, 저스틴 비버의 삼각팬티 사진은 삭제되지 않는다. 심지어 선정, 폭력적 콘텐츠의 삭제를 위해 고용되는 이들은 동남아에서 최저시급을 받으며 하루 종일 해당 영상들을 수백 수 천 건 시청하며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집결되는 효과는 극우 인종차별주의자에게도 적용되고, 다양성이 확장될수록 혐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이에, 저자는 무조건적인 검열 폐지를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준 공공영역인 메가 테크 기업의 검열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사용자에게 투명하게 공유하고,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해당 유저들의 동의 없이 콘텐츠를 임의 삭제하는 대신, 어떤 콘텐츠를 볼 지의 선택권을 유저들에게 일임하라고 주장한다. 쉽고 명쾌한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 다만 발전의 방향을 극소수 특정 이익집단의 손에 맡기지는 말자고 저자는 간곡히 제안한다.


최근 읽어본 사회과학서 중 가장 촘촘하고 치밀했다. 시선의 편중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방향에서 문제를 살피고 전달한다. 해당 기업과 강대국 간의 클러스터는 물론이거니와, 수익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고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미미한 여성, 퀴어, 트랜스젠더, 성노동자 등이 어떻게 피해를 보는지 낱낱이 밝힌다. 방대하고도 흥미로운 예시들로 꽉 찬 400페이지가 그리 길다 생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SNS 의존도가 높은 우리가 지금 딱 읽어야 할 책이다.

 

 “시민의 발언이 정치인의 발언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질 때, 인권 운동가가 정부 내지는 거대 기업 또는 서로 협력하는 그 두 행위자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할 때, 오프라인에서 탄압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온라인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우리는 하나의 사회로서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우리 머리 위에서 만들어진 선택들을 검증하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분법론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거짓 정보의 해악이 그런 정보에 대한 검열을 정당화하는가? 성적 자유와 아동 보호 간의 바람직한 균형은 무엇인가? 다른 이들의 도덕적 감수성을 위해 특정 문화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 ‘대테러’를 위해 역사가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가? 누가 테러리스트인지는 누가 정하는가?”


 귀한 책 보내주신 책세상 출판사 감사합니다.


#질리안요크 #방진이 #책세상 #K가사랑한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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