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보고 (2)
#기상청사람들
#드라마리뷰를가장한아무말
기상청 최연소 과장 승진자인 하경도 매 번 녹록지 않은 기상 예보. 기상 예보 적중률 부동의 1위 수성 중인 자신의 팀장에게 그 비결을 물어본다. 팀장은 말한다. 그러면 ‘오보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찾아보라고. 하경이 못 찾았다고 말하자, 팀장은 말한다. ‘오보 1위’도 자신이었다고. 그러면서 대답한다.
“내가 살다 보니까 틀린다는 게 그게 뭐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경험치를 줄 때가 많더라고. 그러니까 수없이 틀리고 또 그렇게 경험치를 쌓아가다 보니까 어느 순간 이렇게 정답이 보이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적중률이 올라가는 거지. 역대 예보 적중률 1위의 비결은 그러니까 어떻게 정답을 맞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틀리는가."
그 말을 들은 하경은 되묻는다. 틀릴 때마다 힘들지 않았냐고, 그 시간을 어떻게 넘겼냐고. 팀장은 말한다. 힘들었다고. 그냥 버텼다고.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인다.
“다만 나는 내 결정에 대해선 내가 존중을 해 줬어. 내가 예보를 내리는 순간만큼은 내가 누구보다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이 업무만 13년째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고, 제대로 해내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도 자주 느낀다. 국제 정세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알아야 하고, 외국어도 잘해야 하고, 조율이나 협상 시에는 동물적 센스도 있어야 한다. 이직했던 동료들이 다른 필드에서 엄청난 대우를 받는 것도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
광복절을 포함한 긴 휴무일을 지난 화요일, 이른 아침부터 어마어마한 이슈로 고군분투 중인 선배들을 본다. 이역만리 떨어진 타국의 노조 파업, 항구 점거, 전쟁. 누군가는 뉴스 단신으로 볼 이슈들 때문에, 선배들은 휴무 기간에도 누구보다 분주하게 일했을 것이다.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박 책임은 왜 이직 안 해?’ 다. 너무 미련한 답변이긴 하나, 나는 아직 이 사람들에게 배울 것이 남았다. 깔짝깔짝 맛만 보고 ‘이제 배울 게 없다’고 떠나기에는 너무 어려운 업무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오로지 나의 계기와 목적으로, 조금 더 이곳에서 이 사람들과 달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훗날 어떤 결과이더라도, 내 결정을 내가 존중해주겠다 다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내 결정을 정답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박책임성장일기 #K가사랑한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