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대화법
좀 똑똑해 보이는 어른을 만나면 나는 늘 가지고 다니는 내 작품 1호를 보여주며 시험을 해봤다. 정말로 그가 이해력이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그러나 대답은 언제나 이랬다.
“모자로군요.”
그러면 나는 그와는 더 이상 보아뱀이나 원시림이나 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 트럼프 게임이나 골프, 정치나 넥타이 같은 주제를 이야기했다. 그러면 그는 분별 있는 사람을 만났다며 무척 흡족해했다.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 분명 존경할만한 어른이 있기도 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운 바보들도 있었다. 그들은 신기하게도 자신의 말에 하나의 오류도 없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이들의 주장 중 대부분은 편협한 시각으로 왜곡되어 있었다. 빤하게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척하며 구조를 개인의 문제로 쉽게 치환한다. 그리고 주장한다. 그 알량한 ’개인의 자유‘를.
어릴 땐 그런 이들의 말에 일일이 분노로 반응했다. 내 분노로, 반대의 목소리로, 경멸의 시선으로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다치는 건 나였고, 내 감정과 에너지는 소모되기만 했다.
이제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린 왕자처럼 대화해야지. 더는 그가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버리고 피상적인 말을 몇 번 건네고 말아야지. 그럼 그는 바보같이 착각하겠지. ‘분별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