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를 잃어간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원인은 명백하다. 일 때문이다. 자의로 업무의 강도를 높였고 이로 인해 삶이 꽤 재미없어지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어렵다. 꾸역꾸역 일을 쳐내고 나면 내가 제대로 하긴 한 건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렇다고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일 힘이 나지 않는다. 억지로 내가 내 목을 잡고 끌고 가는 기분이다.
학원에 들어서며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일부러 환하게 인사를 한다. 그렇게 인사하고 나면 괜히 힘이 날지도 모르니까.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이렇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조차 힘이 든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안다. 괜찮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시작한 커리어를 놓아버리는 게 맞을까? 번역가로서도 강사로서도 겨우 이제 시작인데 그대로 주저앉는 게 맞을까? 이미 번듯한 직장을 가진 이들은 내게 왜 굳이 일을 하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 날 소개할만한 ‘명함’ 하나 제대로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는 그 명함이 없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 명함 하나 없이 몇 달만 살아보아도 지금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난 자신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더 단단해지고 싶다. 난 더 강인한 정신과 신체로 내 커리어를 이끌어 가고 싶다.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내가 내 맡은 바 임무를 어느 정도 잘 해내는 그런 어른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일까? 어디까지 가야 내가 스스로를 그런 사람이라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