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0

23. 교육원

그런 꿈이 있었었지..

by 자작공작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왜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그 시작점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다.


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다니고 싶긴 했는데 현실이 따라주지 않았었다.

그리고 '응? 글을 쓰는 걸 배워? 내가 쓰고 싶은 걸 쓰는 거 아냐?'.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잠시 공부를 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했다가, 나와 맞지 않아 바로 관뒀다.

그때, '그래, 지금이야' 하면서, 처음 알아본 곳이 방송작가 교육원이었고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내가 알아본 바로 며칠 전 원서접수마감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인연이 아닌 줄 알았는데..


몇달이 흐른 뒤 가을학기에 원서접수를 할 상황이 되었고, 접수를 했다.

이 교육원이 다니고 싶다고 돈을 내고 다니는 곳은 아니었다.

원서접수에 전형료 1만원,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해야만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 나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구나,를 깨달을 정도로 일이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있을까를 마구마구 체험하는 중이었다.

면접을 보고, 이것까지 떨어지면.. 진짜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을텐데..

참, 다행이도 붙었다.


그렇게 교육원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고 내가 기존에 만나던 사람들과는 참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이었다. 또, 글을 쓰면서 즐겁기도 했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 시절 난 다른 모든 것보다 교육원 수업 및 글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교육원은 기초반, 연수반, 전문반, 창작반의 4개 단계, 2년 과정인데..

기초반에서 통과한 사람만이 연수반, 연수반에서 통과한 사람만이 전문반을 가고,

창작반은 장학금이 지급되는 과정으로 정말 소수의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글쓰는 것이 어려웠다 솔직히 양자역학같은 물리학을 공부하는게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단 소재가 기발해야 하고, 기승전결이 잘 이뤄져야 하고,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 하고, 씬과 씬의 연결이 매끄러워야 하고.. 그리고 재미있어야 하고... 하아;;;

그래도 정말 운이 좋게 전문반까지 재수강없이 바로 진학을 했다.

연수반 당시, 나의 글쓰는 실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끼고..

당시 선생님은 과제를 많이 내주셨는데, 진짜 과제를 꼬박하며 성실하기라도 하자 했다. 나의 이 모습을 보고 열심히 하는데 뭔가 부족한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같이 수업을 듣는 글 잘쓰는 언니가 먼저 손을 내밀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거의 개인 과외 수준이었다. 진짜 안개 속을 혼자 허우적대는 나에게 안개를 조금 극복하는 법을 알게 해주었다.


힘들게 전문반까지 가면서, 난 드라마 작가가 되는 길이 참 험난하구나를 느꼈다. 운칠기삼의 공식이 여기도 적용이 된다.

공모전에 입상해서 작가가 되는 길이 보편적인데,

공모전 입상이라는 것도 정말 천운이 있어야 하는 일인 것이 공공연하다. 아, 물론 실력이 기본이다. 실력에 천운이 같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 공공정설이다.

일례로, KBS 공모전은 일단 선발인원의 2~3배수에게 며칠 안으로 작품을 더 낼 것을 요청한다. 이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전해에 냈던 것을 표지에 연도만 바꿔서 제출했다고 한다. 전해에는 예비연락도 못 받았는데..

뭐, 이런 이야기야 드라마 작가 지망생 세계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흔하지만, 당사자를 직접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봉황이 실제 나타난 느낌이랄까..



공모전에 입상을 하고도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난, 그래도 알아주는 교육원에서 전문반까지 교육을 받으면 대작가는 아니더라도, 무슨 글이라도 쓰면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이것이 나의 크나큰 착각이라는 것을 인지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보조작가를 하던 시절, 작가님은 공모전에 무려 2번이나 입상을 했었고,입상한지 5년만에야 공중파 드라마 한 작품을 했었고, 또 몇 년 뒤에 두 번째 작품을 하게 된 것이었다.

드라마 작가가 되는 길이, 정말 힘든 길이구나를 작가님을 보면서 알게 되기도 했고,

작가님께, '작가님, 전 진짜 교육원 마치면 대작가는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일을 할 줄 알았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시작을 안하는 건데요'.. 라고 했더니..

작가님 말씀.. ' 그 때가 아니더라도 언제라도 해봤을껄..'


아..아... 그러하다..

어쨌든 교육원을 가지 못한 미련은 없으니.


그러나, 그러나.. 언젠가 난 나의 작품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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