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간장종지 시조새
‘우리 직원들은 착해요’란 말에,
왜 그런거 있잖아요.
‘우리애가요? 우리애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했는데, 경찰서 가보니 앉아 있는 애가 우리애. 란 레퍼토리. 이것이 딱 떠올랐어요.
직원들은 ‘급여가 적더라도 딱 이 정도 수준의 일이라 있어요’라고 하더니, 직원회의라 하지만 마치 종교의식같기도 한 모임에서 직원들은 ‘내가 월급 받는 만큼 충분히 기여하고 있는지 걱정이되요’래요.
앞에선 생글생글 웃으며 네네하다가, 뒤에선 ‘워크샵에서 너랑 게임할 일 있어, 그래서 그 게임 어딨냐 물었을때 모르겠는데요 그랬잖아’라고 하더라구요.
직원들이 보드게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당신이 좋아하니 그렇게 같이 해 줬더라구여. 학창시절 놀 친구가 없었던 그 결핍을 직원들하고 채우고, 나아가 직원들이 좋아하는 척 연기를 해 주니..
이 때,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요.
마시던 커피 뿜을뻔..
나 빼고 약속들 한 줄 알았어요.
그래요, 직원들이 회사를 흉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 이중적인 태도라니...
내가 핸드폰을 보는게 불편하대요.
다른 직원들이 오해할 수도 있대요.
그래요, 며칠 좀 많이 보긴 했어요.
그런데, 업무였다는 것에 난 한 점 부끄럼이 없어요.
카드뉴스좀 자세히 알아보려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눈빠지게 봤어요. 개인적으로 하나카드나 국민건강보험이 깔끔하게 잘 하더라고요.
업무용이라는데, 대체 연식이 언제인지도 모를 내 손바닥만한 노트북을 줬어요. 대신 90년대 유물같은 내 손바닥 두개 크기 만한 모니터가 있었어요. 작아빠진 노트북에 거치대도 없고 거북목으로 보기도 힘들었고, 모니터의 해상도는 내가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이용한 후에는 볼 수 없던 해상도였어요. 심지어 높이 조절도, 각도 조절도 안 되요. 화면이 비스듬해요. 그래서 아 내 앞세대는 이런 사양을 썻겠구나를 알게되었어요.
좋아요. 화면이 작은 것도, 노안이 시작된 사람에게 힘든 해상도지만 그럭저럭 버텨보려고 했어요. 눈이 심하게 피로해서 눈영양제를 사서 먹었지요. 그런데, 인터넷을 열심히 보고 있으면 먹통되기 일쑤예요. 재부팅하고 다시 그 페이지 들어가려면 또 클릭클릭에, 보던 자료의 맥이 끊기는 건 견디기 힘들더라구요.
그거 알죠, 배터리는 소모품이란거? 내가 내 핸드폰 배터리를 소모해가면서 한 거예요. 당신에게 비용청구도 안했어요. 평소에 보조배터리도 필요 없어, 집에서 충전시켜 나가면 충분한 사람인데, 매일 충전기 뽑아서 가지고 가 사무실서 충전시키며 사용했어요. 보조배터리같은 거 있을 필요가 없던지라 없었거든요.
나 빼고, 당신의 착한 직원은 여섯명.
파트직원 빼면 5명.
그 중 한 명은 핸드폰에 계속 게임이 켜져 있더라구요. 그리고 한 명은 8시간 근무시간 중 4시간은 자고 있어요. 업무하다 고개 돌려보면 턱괴고 자고 있고.. 퇴근하고 종종 다른 일 한대요. 그러니까 다른 일 하면서 제대로 안 자고, 여기 출근해서 자는 거예요. 참 착하지요? 다른 세명은 제가 자리가 근처가 아니라 잘 모르겠네요. 뭐, 착하겠지요.
대표의 그릇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번 기회에 알게되었지 뭐예요. 간장종지 시조새쯤 될 것 같아요. 작은 그릇들이 우리의 최고봉이라고 치켜세울만한 당신의 그릇..
간장종지 시조새 에피소드는 많지만 제가 잘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잘 활용할께요.
고마워요, 훗날 캐릭터로 만들 소스 제공해줘서요.
오늘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