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을 기다리다
새벽 5시경 잠에서 깼다.
밖은 아직 깜깜하다.
보통은 다시 잠드는데 오늘은 잠이 들지 않았다.
‘또 한 주가 시작되었구나...’
어디론가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얼른 출근할 일이 생겨야 한다는 생각들로 머리가 뒤엉킨다. 마음이 편치 않다.
이번주가 되면서 퇴사한지 4주차가 되었다.
비록 2.5개월만의 퇴사였지만....
작년 한 해를 정신없이 보냈다. 그리고 퇴사전까지 정신이 없었다.
이직하는 과정에서 출근여부와 출근일정이 너무도 더디게 결정되는 바람에 이전 회사 마무리를 급하게 해서 더 정신이 없었다. 새로운 곳에서의 정착이 쉽지 않았던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 소모도 있어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실은, 난 기존 일하던 곳의 계약기간이 작년까지라 마무리 한 다음 잠시 숨 좀 고르고, 새로운 곳에서 2월부터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만일 이렇게 되었다면 뭐가 좀 달랐을까?
새로운 곳이 집에서도 멀지 않고, 내가 월급받는 직장인으로서 마지막이 될 만 한 곳이라 판단해서 결정했었다. 힘든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바람이 산산조각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최소 1년은 버틸 줄 알았고 버티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양파까듯이 드러나는 거짓, 상식이하의 언행과 수준은 버텨야 할 명분을 뿌리까지 싹둑제거해버렸다. 난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지쳤다.
퇴사한 다음날은 주말이었고, 그 간의 마음의 짐과 지침을 내려놓기라도 한 듯 정신없이 자고 쉬었다. 실상 내겐 재작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던 쉼이었다. 아니 솔직히 언제 이후로 이런 쉼인지 모르겠다. 지난 몇 년간 늘 마음이 무거웠다.
퇴사한 첫주에는 얼결에 3일간 알바를 하게 되었고,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 속에 내가 퇴사한지도 모를 정도였다. 몸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2주차에 비로소 퇴사가 와 닿고 아둥바둥 한만큼 일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나만 쉽게 지친다는 생각에 마음을 내려 놓았다. 일단, 이미 너무 지쳐 있어서 내가 마음 편한게 최우선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어디라도 떠나보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답답함이 온다. 차라리 떠날수라도 있었다면..
3주차가 되니 조금 조급증이 온다.
그리고 이번 주가 되니 더 조급해진다.
늘 조급해하기만 하는 패턴이다.
그래서 내가 지난 몇 년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그래도 이번엔 진짜 한주라도 마음을 비우긴 했다.
좀 편하게 있으려 했는데, 어디 바람쐬러 가지도 못해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함만 가중되었다. 곧 코로나도 잠잠해지겠지 하는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더욱더.
내가 나를 너무 닥달하는 건 아닌가 싶다.
여유부릴 때가 아니긴 하지만..
해가 뜨기전이 가장 어둡다는데,
그래, 난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거야,
곧 밝게 빛날꺼야. 라고 하지만..
이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몇 년을 이러면 과연 해가 뜨는 건가 싶다.
깜깜한 밖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깜깜함 말고 내가 이런 여명의 시간에 있는 것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