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꼭 이래야 핟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면 안되'라고 말한 것이 있다.
솔직히 신경안써도 그만이지만, 난 그것을 정말 철썩 같이 지킨다.
식사를 하다보면 상에 그릇들이 넘칠 때가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빈그릇을 포개곤 하는데, 할머니는 식사자리에서 그릇들을 포개는 것이 아니라 하셨다.
여러 사람들과 식사를 하다보면 가끔씩 그릇 포개는 일을 목격하는데, 난 다만 지켜 볼 뿐이다.
뭐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단지, 난 손가락 하나 안 움직일 뿐이다.
할머니가 내게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는 시장에 가서 물건 값을 깍지 않으셨다.
가격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면 구매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구매를 안 하셨다.
다들 일하러 나온 사람인데 가격을 깍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어디가서 깍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남아 여행을 하다보면, 여기는 안 깍으면 바보가 되는 곳이라 어쩔 수 없다.
할머니는, 밤에 손,발톱을 깍는 것이 아니라 했다.
그래서 난 오후 12시 이후에는 손,발톱을 깍지 않는다.
내가 손,발톱을 깍을 수 있는 시간은 기상 한 후 몇 시간이다.
평일에는 거의 불가능하고, 그래서 주말에만 가능한데, 어쩌다 주말에 놓치는 경우가 있다.
지금, 난 손톱이 무지 깍고 싶다.
내일, 난 할 수 있다!
꼭 지키라 한 것은 아니고, 안 지켜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
내게는 습관처럼 베어있다.
이렇게 할머니를 기억한다.
할머니, 할머니, 나의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