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의 딸, 즉, 나의 조카는 7세이다.
이 아이는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웃기다. 뭐, 본인이 딱히 웃기려 하는 것이 아닌데 웃기다. 그래서 더 웃기다. 가끔은 그냥 뒷모습만 봐도 웃기다.
저번에 만났을때 뜬금없이 ‘안녕하세요’ 놀이를 하자고 한다. 뭔가 싶어서 옆에서 하는 것을 보고 장단을 맞춰줬다. 일단, 핸드폰을 거치하고 카메라를 동영상 모드로 해둔다. 녹화 버튼을 눌렀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이렇게 영상을 찍거나 찍는 흉내를 내거나 이 아이는 영상을 보는 법이 없다. 아, 때론 뜬금없이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며 마구 포즈를 취한다. 그러고서는 사진을 보여달라는 법이 없다. 대체 왜 찍어 달라는 지 모르겠다)
유튜버 놀이를 하는 것이다. ‘안녕, 친구들 난 00야’ 하고, 나도 이름을 정하란다. 그리고 그냥 이 얘기 저 얘기 한다. 과자를 보여주겠다며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은 쫙 펴서 과자 뒤에 댄다. 유튜버들이 이렇게 음식를 보여주는지 이 아이를 통해 알았다.
나랑 이 놀이에 재미를 붙인 건지, 나를 볼때마다 나는 유튜버 놀이에 소환된다. 나한테 이렇게 하는 거라고 코칭도 하고, 카메라 앵글도 체크해준다
난 이 아이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인스타에서 아이들이 유튜버흉내 내는 영상들이 꽤 있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로 하는 것 같은 영상들이다.
조카의 어린이집 같은 반 아이가 아빠랑 유튜브를한다고 해서 사촌동생은 ‘아, 아빠랑 유튜브 방송하는구나’ 생각했고, 어린이집에서 마주쳤을 때 ‘요즘 유튜브 하신다면서요. 가서 볼께요’ 했더니 무지 당황해 했다고 한다. 아이랑 같이 ‘놀이’를 해 준 것이었다.
최근에, 나의 조카 아이와 편의점에 갔었다. 편의점 한 켠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가 있는 사탕, 껌 등이 있다. 갑자기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정말 진지했다. ‘이모, 유튜브 하려면 이런거 많이 사야해요?’, 난 너무 웃겼고 당황했으나 태연하게, ‘아니, 이런 거 없어도 되’ 했더니,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이상하다’ 란다.
아이야, 너 유튜브 어디까지 본 거니?
최근, 아이는 스트링치즈를 선물 받았다고 한다.
사촌동생이 치즈를 주니 전자렌지에 데워야 한다길래, 뭔 소리야, 했단다.
아이는 어느 새 엄마가 모르는 지식까지 습득하고 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소위 ‘소꿉놀이’를 한다고 했는데, 요새 아이들은 ‘유튜버 놀이’를 하나보다. 나름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너무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니, 세대 차이는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지금의 차이는 이전 세대들의 차이보다 훨씬 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