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by 자작공작

요즘은 아침에 눈뜰때마다 ‘좋은 일 생겨라, 생겨라’라고 계속 되뇌인다.


한 동안 아침에 눈을 뜨면 뭔지 뭐를 가라앉는 기분, 혹시나 우울증이 아닌가 싶었는데, ‘좋은 일 생겨라’가 효과가 있는 건지, 아님 잠시의 감정 기복이 지나간 것인지, 가라 앉는 기분은 없다.


지난 일요일에는 , 이미 지지난주 토요일에 분실한 것이 기정사실인(집안인지 밖인지 조차 몰랐었고 결국 밖 어디선가 분실된 줄 알았다), 동생의 차키를 너무도 우연히 찾았다. 안 그래도 토요일에 혹시나 싶어 집안을 다 뒤져 본 엄마에게 ‘난 말이지 그 키가 나중에 집에서 나올 것 같아, 아주 의외의 장소에서’라고 말했는데, 사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일 뿐이었다.


일요일, 빵을 사러 나가고 싶은데 춥고 귀찮다. 그래도 ‘가자’싶어 나갈 준비를 한다. 옷을 입는데 행거 옷걸이 사이에서 뭔가 희미한 쇠붙이가 보인다. 그때만 해도 동생의 키가 어떻게 생긴지도 몰랐고 막연히 카드형태일꺼라고만 생각했다. 그 쇠붙이가 열쇠라고 생각도 못하고 뭐지하고 잡는데 딱 차키였다. 아, 차키가 이렇게 생겼구나.


그러니까 사건을 재구성해보자면 지지난주 토요일 집에 왔다가 외투를 행거의 옷걸이에 건 것이 아니라 위에 걸친 것이다. 그리고 차키가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행거에 걸려있던 옷걸이에 제대로 걸리고(멋진 착지였겠지) 무게에 미끄러져 옷걸이에 걸린 스카프 밑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이걸 발견한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고, 지난 일주일 동안 행거 앞에서 옷을 서너번은 입었을 것 같은데 본 적이 없는데 이 시점에 보인 것이다. 안 그래도 어제 키를 새로 제작하려 가려 했단다.이 또한 역시 타이밍이다. 좀 더 늦게 찾았더라면 차키만 많아졌을텐데..


귀찮음과 추위를 무릅쓰고 빵을 사러 가려했던 나, 빵에게 감사할 뿐이고, 내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했던 말이 실현된게 너무 신기하다. 그래, 좋은 일 뭐 있어, 이런 게 좋은 일이지, 나의 아침바람이 이뤄졌네 싶었다.


여담으로 엄마는 혹시나 싶어 온 집안을 다 뒤집었고, 토요일에는 급기야 행거에 걸려 있던 옷들의 주머니까지 다 뒤져봤단다. 노력하는 사람이 운 좋은 사람 못 이긴 형국이었다. 그리고 우리 삶에 이런 형국이 가끔씩은 있다. 그래서 난 더 큰 쾌감을 느꼈다. 아직까지도 기분이 좋다.


오늘은 사촌동생 집에 갔는데 두시 좀 넘어 눈이 오기 시작한다. 잠시 그쳤는데 다시 또 오기 시작하는 눈, 잠시 잠잠하다 싶어 빨리 집에 가자고 해서 나섰다. 아파트 단지를 나오는데 눈이 제법 많이 온다. 겁이 난다. 그냥 차를 두고 지하철로 오기로 한다.실은 처음에 난 어서 집에 가야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차를 두고 갈 수 있다는 옵션을 아예 생각을 못했다. 이 옵션을 생각했으면 아예 출발을 안 했을텐데.. 아파트 단지로 다시 돌아갔을 때 눈도 잠잠해지고 큰 길은 녹아보여 다시 가보자 한다. 결국 아파트 단지 주변만 30여분을 돌고 출발했다. 천천히 조심조심 왔다. 집 근처에 다 왔는데 정말 눈이 앞이 안 보이게 온다. 그래도 무사히 왔다. 아침에 일기예보를 봤는데 낮에는 기온도 영상이고 3~6시에 눈이 1~3cm올꺼라 해서 괜찮을 듯 싶었다. 이제는 눈예보가 있는 날에는 차를 안 가지고 다닐 것이다. 그리고 차를 가지고 나갔다 눈이 오면 그냥 차를 두고 올 것이다.(이 생각을 못한게 오늘의 큰 함정), 좋은 일뭐 있어, 이렇게 무사히 집에 온 이 일이 좋은 거지.


어, 내가 아침마다 좋은 일 생겨라, 하는게 효력이 있네.


베스트셀러 인문학 작가가 있다.

대중성에 비해 알맹이가 적어도 너무 적다는 느낌이 내게 있었는데, 대중성을 얻는 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능력인 것 같다.


꿈을 꾸면 이뤄진다, 는 이야기를 여러 근거를 들어 말하는데, 복합기가 필요한데 살 형편은 안 되고, 늘 생기길 바라고, 있다는 상상을 하니 생겼다, 이렇게 꿈은 이뤄진다라고 써서, 난 이 이야기에 기겁을 했을 뿐이고, 너무 기겁해서 기억을 하고 있을 뿐이고..


그런데, 문득 내가 좋은 일 생겨라 해서 생기는 것 같아와 같은 맥락이 아닌지 라는 생각이.


좋은 일 생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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