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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by 자작공작

내가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대학농구와 대학배구가 큰 인기를 끌던 때였다.


예나 지금이나 스포츠 경기에 관심이 없지만,

요새 예능에 나오고 있는 그 시절의 선수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솔직히, 요새 많이 나오는 서장훈, 현주엽을 보고는 큰 이질감을 못 느꼈었다.


그런데, 우연히 스치듯 본 문경은의 모습에,

세월을, 시간을 느꼈다.


내 기억엔 앳된 청년이었는데 어느새 중년이 된 모습이었다.


중학교 1학년 적, 한 친구는 스케치북 겉표지에 ‘경은이 오빠 내꺼’라 적어두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 문경은을 몰랐고, 마침 우리 반에는 오빠가 있는 경은이가 있었다. 난 당연히 이 친구의 오빠를 지칭하는 줄 알았다. ‘경은’이란 이름이 여자의 이름일 것이란 선입견으로 인해 더더욱 ‘ㅇㅇ 오빠’가 아닌 ‘ㅇㅇ의 오빠’라 확실시 했던 듯 하다.


이로 인해 문경은에 대한 기억이 더 특별하고 중년이 된 모습이 낯설었던 듯 하다.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은 것이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 가면 시식하시는 분들이 너무 당연하게 ‘아이들 먹이기 좋아요’하는 말을 곧잘 하곤 해서, 불쾌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내가 그렇게 보이는 나이이겠지란 생각이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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