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by 자작공작

얼마전 책에서 읽은 구절,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다’ 란 말에

자라가 솥뚜껑 보고 놀란 양, 식겁했고,

계속 그 말이 뇌리를 떠나가지 않는다.


며칠째 한의원에 다니는 중이다.

물리치료를 받고 침을 맞고 있으면,

여기저기 다른 침대의 이야기들이 들린다.

마치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다.

각각의 침대에는 커튼이 있어 누군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는 나온다.

음, 전반적으로 연령이 꽤 높은 듯 하다.


의사가 말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환자들이 이런말, 저런말을 의사에게 많이 한다.

그러다 한 할머니의 말, ‘내가 90세인데’...


앗, 그 순간 내가 90세까지 살면, 이란 생각이 들었다. 90세, 100세 넘어서까지도 산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나 자신이 90세까지 산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떤 책에서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22세기까지 살 것이라 해서, 흠.. 나도 123세까지 살면 22세기를 볼 수 있겠네, 했지만, 그 삶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갑자기 할머니의 나이 이야기에 난 매우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90이 되면,

내 곁에 있을 사람이 있을까?

난 생계를 유지하고 살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일을 할 지도 모르는데,

65세까지 일을 하더라도 25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아니 90세는 고사하더라도,

다른 이유가 아닌 나이의 한계로 일을 못하게 된다면 이란 생각에 ‘노후’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너무도 훅 다가왔다.


생계도 생계지만,

내 곁에 누군가가 있을까란 것도 두려움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첫날은 진짜 꼼짝도 못했고,

도움이 필요했으며,

지금도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진짜 90이면 나 혼자 일 것 같은데..


아, 어찌 해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