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에스프레소에 집착했던 적이 있다.
무려, 2000년대 초반에,
지금처럼 프렌차이즈가 많지도 않은 시절,
나조차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지도 않던 시절,
어디선가 에스프레소가 있으면 마셨으나, 이런 집착은 금새 끝났다. 다, 너무 쓰기만 해서.
2000년 로마에서 처음으로 마셨던 에스프레소는 정녕 꿈 속에 있던 맛이었나? 아니면 내가 로마의 분위기에 취해서 맛있었나?
에스프레소로 유명한 까페가 있다 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기본으로 서너잔은 마셔서 따지고 보면 그리 싼 것이 아니라 한다.
난, 좀 오버스럽다 생각했다.
아무리 에스프레소라지만 무슨 서너잔씩이나,
그 곳에 마침내 갔다.
지도를 대충봐서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될 줄 알았는데, 꽤나 많이 걸었다.
기본 에스프레소랑 슬러시 들어간 것이 마시고 싶어 두 잔을 사천원 주고 시켰다.
오홋, 바로 이맛이야.
두 잔을 마시고 한 잔을 더 샀다.
두잔을 더 사고 싶었지만, 늦은 오후라 까페인이 조금은 걱정되었다.
기본이 서너잔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한 잔에 사,오천원 했다면 서너잔씩 마시기
쉽지 않았겠지?
요새 맛있다는 것을 먹어도 다 아는 맛인데,
물론 아는 맛이지만, 간만에 느껴본 맛있음이었다.
집 앞이라면 맨날 갈 정도데,
오늘도 가고 싶었을 뿐이고,
전철역에서 가깝기만 했다면...
대중의 의견은 종종 합리성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