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8. 삶을 유지하다(20190130)

낡음, 오래됨, 그리고 익숙함

by 자작공작

시계 배터리가 거의 다 되어서 수리를 맡기러 갔다.

이 시계는 멈추기 전에 초침이 느리게 갔다가 막 빨리 갔다가 하면서 배터리가 거의 다 되었음을 알려준다.


보증서를 찾으면서 이 시계를 산 지 10년이 된 걸 알았다. 매장 직원도 2009년에 샀다고 하니, 흠칫 놀라는...


나도 인지 못하고 있다가 10년이 되었다 하니 왠지 낡아 보이고 뭔가 후져 보였다.. 이게 아는 게 병인 것인 건지...


오늘 문자로 견적서 링크가 왔다.

오, 오.. 완전 첨단인데...


배터리 교체는 필수고, 무브먼트는 선택이라는데...

전달사항을 보면 무브먼트도 꼭 해야 할 것 같은..


보증서와 같이 보관된 수리 영수증 보니 2015년 9월에 배터리 교체와 오버홀을 15만 원 주고 했는데..


그리고 이런 유지비는 꼭 왜 곤궁할 때 찾아오는지..이 공식은 어쩜 이렇게 불변인지..


다른 때 같으면 무브먼트도 했겠지만.. 과감히 배터리 교체만 선택했다.

문득 인지한 낡았단 느낌에..

또 이 시계를 언제까지 찰까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난 10년간 거의 매일 차면서도 낡음을 수리 맡기기 전까지 몰랐는데...

그저 오래된 익숙함이 좋기만 했는데

물론. 요새의 곤궁함도 의식의 아래쪽에서 강하게 영향을 줬을 것이다


10년 전 100만원 조금 넘게 주었는데..

그 사이 다른 시계도 몇 번 샀는데,

한 개 시계만 빼고, 어디 갔는지 모르거나, 멈춘 채 서랍 속에 있는데..

이 시계는 너무 잘 사용해서 돈 쓴 가치가 있다 했었는데..

나한테 익숙한 만큼 오래되고 낡았구나.


근데, 시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리비가 곧 시계값을 넘어설 것 같다........


딴 시계도 때 되면 15만원, 25만원씩 주고 수리하는데...


하... 차도 사는데서 끝이 아니라 늘 유지비가 들고,

집도 관리비며 세금이며 끊임없이 유지비가 들고..

(물론, 난 집도 차도 없다. 하하.)


그리고 우리 삶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유지비가 필요하고, 결국 삶은 유지비네..


삶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여야 하고..


영화 ‘극한직업’에서..


”내가 맨날 때려치운다 하는데..

이 다짐하려 매일 출근하나 봐” 하는 대사에 빵 터졌는데...


우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번다.

삶유지비를 벌자!

삶을 유지하여 삶을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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