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도착해서 휠체어를 타니 그래도 직원들이 이동의 편의를 봐준다. 엑스레이를 찍고, 피를 뽑았다. 소변검사도 해야 한다는데, 내 상태를 보곤 힘들겠죠? 한다. 힘들다니 그냥 패스다.
침대에 누워 주사를 맞는다.
몸에 약물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초예민한 나는 뭔지 물으니 그냥 물이란다. 왜 물을 몸에 넣어주는 지 모르겠지만 그냥 있는다.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단다.
물을 맞으며 누워있는데 뭔가가 되게 서럽다.
아프면 서러운데, 혼자 응급실에서 이러고 있으니 더더욱 서럽다. 혼자인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할텐데. 이 병원 응급실이 세번째인데, 그 세번이 어쩌다보니 다 혼자였다. 왜 내가 집에 혼자 있을때만 이러는 것일까.
몇년 사이 세번째 응급실 침대에 이리 누워 있는데,
처음으로 불현듯 약 25년전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더더욱 서글펐다.
아마 내가 구급차를 타고 와서 인가보다.
2월 초의 새벽, 아빠가 쓰러지셨다.
처음엔 동생이 업어보려 했는데, 몸이 그대로 까부라져 119를 불렀고 이 병원 응급실에 왔다.
응급실은 분주했었고, 아빠는 침대에 눕혀지긴 했지만 갑자기 자꾸 소변을 보셨다. 소변을 봐서 바지를 갈아 입히고 정리를 하면 또 소변을 보고...
우리는 다 경황이 없었고, 간호사가 바지를 몇 번 주다가 짜증을 내며 가서 기저귀라도 사오라고... 이게 내 기억에 너무도 콕 박혀있다.저녁까지 지극히 정상이고 아무 문제가 없었고, 이 상황이 너무도 당황스러워 기저귀를 사야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을 뿐인데...
아빠는 계속 누워있다 뒤늦게 검사를 받았고,
어쩌면 아빠는 이럴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초기 대응이 너무 늦은게 아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만 있을 뿐이다. 아빠는 이날 이후로 몸의 우측을 전부 못 쓰셨고 긴 투병이 시작되었다. 난 장애에 매우 예민해졌고, 후천적 장애에 대한 공포를 늘 지니게 되었다.
안 그래도 공포가 있는 나에게 직립보행하는 사람에게 직립보행을 수행함에 있어 허리와 무릎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렇게 알려주다니.. 내가 모르는 것 같아서 이리 호되게 알려줘야 했던 것인가? 대체 왜.. 왜...
아니, 이제 몸이 아프면 끙끙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몸을 못 움직이게 아프니 사람 환장할 노릇이다.
잠시 후, 내 무릎엔 염증이 있다고 한다. 정상의 수치가 1정도이면 난 4라고 한다. 그런데 10이상은 되어야 정형외과 의사를 불러 조치를 취하는데.. 오늘은 항생제와 진통제 맞고 귀가한 다음에 통원으로 다시 오란다.
어차피 응급실에서는 원인을 알 수도 없고,
검사할 수 있는게 한계가 있으니까...
네? 눈에 확 뛸 정도로 이렇게 부었고, 걷지도 못하고 이렇게 아픈데여.. 혹시 염증이 4가 아니라 40은 아닐까여?... 나의 상태가 일단은 무탈하다는 것을 난 그저 부정만하고 싶었다.
내가 항생제 소염제 등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밝혔고, 약물 알레르기로 이 병원 응급실을 온 적도, 재작년 여름 고양이에게 피습을 당해 여기 와서 항생제를 맞은 기록들이 있어 여러가지를 확인 후 항생제와 진통소염제를 맞았다.
이제 집에 가란다. 집에 갈 준비를 하니,
나한테 움직일 수 있냐고 묻는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한다. 난 즉시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저쪽에서 어떤 남자에게 휠체어로 이동을 시키라 그랬는지 남자의 볼멘 소리가 들린다. 어차피 휠체어도 병원 앞까진데 거기서 부턴 뭐 갈 수 있대? 택시라도 타고 간대.
혼자 이러고 있는 내 처지가 더 없이 서글펐다.
이 사람들아, 당신들이 소곤대는 말 다 들린다고... 들으라고 한 말인가?
병실을 나서는데 간호사가 약을 챙겨준다. 원래는 수납하고 와서 주는건데 몸이 불편하니 미리 드려요, 네.. 그리고 돌아오는 화요일 10시로 외래를 예약해 주었다.
그래도 직원의 도움으로 원무과까지 가서 수납을 하고 진단서를 받고, 입구의 경비원에게 부탁한다.
경비원은 내 전화기에 콜택시 번호를 눌러줬다. 그리고 문자로 온 도착할 택시 번호를 확인 후 수시로 택시를 확인한다. 마침내 내가 탈 택시가 왔고 경비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택시에 탑승했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거리가 얼마 안된다.
난 우리 아파트 건물 앞에 택시 기사분에게 후진해서 세워 달라고 부탁을 했다.
택시부터 아파트 현관까지가 어디도 잡을 곳이 없어 이동할 방법이 막막하다. 정상적인 걸음이면 한 5-6걸음 인데... 이걸 못 움직이다니...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면 쭉 벽이 있으니 어떻게든 방법이 있다.
안 되면 택시비를 더 주고 부탁을 하자 생각했다.
마침 아파트 앞에 경비아저씨가 보여서 택시 창문으로 아저씨를 불렀다. 아무래도 익숙한 분이 날 것 같아서.
택시비는 4,600원이 나왔고, 아무래도 내가 하차에 시간이 걸리니 이동까지 부탁하면 10,000원을 지불할 예정이었는데, 경비아저씨에게 부탁해서 8,000원 결제하시라고 했다.
경비아저씨의 도움으로 집으로 컴백하는데 무사 성공했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택시 기사분은 또 7,000원만 결제하셨다.
119 구급대원, 병원 직원, 택시 기사, 경비아저씨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응급실 방문과 컴백이 가능했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진다는게 이런 것인가..
뭔가 큰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다.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 다리를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닌가, 어쩌면 이런 공포까지 더해져 너무도 아픈게 아니었나 싶다.
이러나 저러나 난 너무 아프다.
아,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유상으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서비스같은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궁극적으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