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지치고 지쳤다.
무릎과 종아리가 더 욱신거린다.
이래저래 괴로움에 몸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다 보니 침대에 거꾸로 누워있었다.
병동에서의 하루는 또 시작되었다,
난 손가락까딱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어딘가 땅 밑이 있으면 밑으로 밑으로 파고 들고 싶다.
혈압을 재러 온 간호사가 내가 의례히 발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얼굴을 드니 깜짝 놀란다.
하루에 두 번씩 혈압을 재는데,
난 원체 혈압이 110을 넘지 않는다.
오늘은 100과 90이 나왔다.
기분도 몸도 쳐지니 혈압도 낮아지나보다.
누군가 와서 얼음팩을 챙겨주고, 냉동실에 없는지 본다. 얼음팩은 커버에 두개씩 넣어서 사용하는데. 사용하는 것 말고 2개의 여분을 냉동실에 넣어 줘 내가 알아서 쓰곤 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온 직원이 ‘여기에 넣어 두지 말랬는데’ 하면서 가져가버렸다.
내가 여기 두지 말라 하면서 가져 갔다하니,
2개를 냉동실에 넣으며 제가 말할께요, 한다.
뭐가 어찌 되는건지 나는 모르겠다.
간호사에게 아침을 취소해달라고 하니,
잠시 확인 뒤 이미 준비되어 취소가 안된다 한다.
그럼 점심을 취소해달라 했고, 이내 점심과 저녁을 다 취소했다.
항생제를 주러 온 간호사가, 내가 또 침대 아래쪽에서 머리를 드니 놀랜다..
이게 이렇게 사람들을 놀랠킬 일인가 보다.
항생제를 맞으며 잠시 더 축 쳐져 있었다.
간호사가 오늘 3시 30분에 물리치료라고 한다.
오늘은 몸에 기운이 없어 취소하면 안 되냐 하니 의사 확인을 해야 한다. 일단 취소했고, 몸이 어떻게 안 좋은 건지 의사가 묻는다 했다. 무릎이 심한 건 아니고 그냥 몸이 기운이 하나도 없다 했다.
항생제를 맞는 중 이러고 있음 나만 손해란 생각이 들었다. 빨리 정신을 차리고 무릎도 빨리 회복을 해야겠다 생각한다. 항생제 다 맞고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간단한 샤워를 했다.
난 샤워를 좋아한다. 기분이 마구 가라 앉을 때 샤워를 하곤 한다.
정신을 차리려 한다.
집에서 과일과 마라탕, 아이스커피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슬리퍼도 가져다 주었다. 병실 생활을 한결, 그리고 매우 편안하게 해주는 아이템이다.
마라탕을 몇 수저 먹고, 모두 버리고 과일을 조금 먹었다.
오늘 의사는 조금 일찍 왔다.
여기는 대학병원이 아니라 의사가 인턴 등과 같이 줄줄이 오는 일은 없다. 그런데 침대에 있으면 밖에서 ㅇㅇㅇ원장님 왔습니다. 라는 말이 들린다. 나는 거의 자리에 있어서 그런가, 그런 경우가 없는데 옆 침대 분에게는 간호사가 와서 원장님이 오셨다고 꼭 알려주고 잠시 뒤 의사가 온다. 밖에서 ㅇㅇㅇ의사가 왔다고 직원들 사이에 알림을 주는 상황이 나는 왠지 재밌다. 아, 근데 내 담당 의사가 왔다고 말하는 건 한 번도 못 들었다. 그래서 의사가 오는 게 늘 갑작스러웠다.
나는 차도가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이제 며칠이나 되었나 싶지만, 정체기 같다.
더 이상 붓기가 안 빠지는 것 같다.
너무 걱정스러워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하니,
몇 달이면 언제 이랬냐 싶을 정도로 잊을 거라 한다.
네???!! 몇 달요??? (그냥 잊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저녁은 아침에 받아 둔 것으로 조금 먹었다.
아침에 받은 식사를 장 한 쪽에 두었는데,
들어오는 사람마다 밖에 내다줄까요, 하고 물었다. 족히, 5번은 들은 것 같다. 사수하기 꽤 힘들었다.
어젠 전쟁터에 정신을 보내느냐,
다리 반깁스를 거의 하지 않았다.
다리 간지러움이 없는 걸 보니,
반깁스로 인한 영향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그제는 진짜 하루 종일 반깁스를 하고 있었는데,
반깁스가 닿은 맨살 부위만 그토록 간지러웠어서..
밤, 붓기는 보이지만 그래도 꽤 빠진 편이라,
어느 정도인가 처음으로 왼쪽 무릎과 나란히 두고 보니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멀었다.
원체 부었어서 많이 빠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절규다.
이렇게 하루를 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