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입원 다섯째날

by 자작공작

어제 점심, 저녁을 취소하고,

생각해보니 하루 세끼 먹는 게 벅차고,

식후 30분에 먹으라는 약은 아침과 저녁에만 주니,

점심엔 있는 과일 조금 먹지, 하는 생각으로 내친김에 퇴원시까지 점심을 빼달라 했다.


식사를 뺄 수 있다는 걸 입원 사일차에 알았다.

그리고 그동안은 밥이 오면 바로 먹고 내놓아야만 하는 지 알고, 아침엔 먹기 싫어도 바로 먹었는데 한 쪽에 두었다가 잠시 뒤에 먹어도 된다는 사실을 무려 사일차에 알았다.


아침에 간호사가 오더니 계속 점심을 ‘거부’한게 맞냐고 묻는다. ‘거부’라 하니 뭔가 내가 단식투쟁이라도 하는 기분이 든다. 취소와 거부의 어감이 참 다르다.


집에서 문어를 가져다 줘서,저녁도 취소해버렸다.


아침,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쪽으로 걸어가는데,

화장실 앞쪽에서 다른 환자가 계속 나를 쳐다본다.

왜 이렇게 쳐다보지? 뭐가 그리 안쓰러워 보이기락도 하나?


내가 화장실 앞에 당도했을때,

뜬금없이 ‘여기서 머리 감으면 안되요. 여긴 씻기만 해요. 샤워실은 저기 있어요.’


아니.. 갑자기 나한테, 왜?

내가 뭐 샤워도구를 가진 것도 아니고,

수건 하나 덜렁 덜렁 들고 갔는데..

샤워실에서 머리를 감아야 한다는 것 모르지 않는데...

마치 서든어택의 느낌이다.

수건을 들고 걸어오는 내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내 목적지가 어딘지 예의 주시한 느낌이다.

누군가 머리를 감았나? 그 범인이 나라 생각하나?

모르겠다.

네?? 전 세수만 할꺼예요. 했다.


피검사를 한다고 채혈을 해갔다.

항생제, 붓기 빠지는 주사 3회를 맞는 하루 하루의 반복이다.


의사가 와서 피검사 결과 수치는 0.9라 한다.

참, 다행이다.

혹시 확실하게 하고 싶으면 퇴원 전에 검사를 한 번 더 받거나, 굳이 안 그래도 된다 면서 어쩔껀지 나한테 묻는다. (왜 자꾸 나한테 물어요. 알아서 해주세요, 나도 모르겠어요) 굳이라니, 피뽑는 거 싫어서 안 한다 했다.

두번째 피검사도 금요일, 아님 토요일 언제할까를 물어서 모르겠다 했었다. 토요일은 너무 늦은 것 같기도 하고 의사가 금요일로 결정했다. 나처럼 호전되면 조금 늦게 검사를 해도 상관없으나, 호전이 아닐시는 좀 일찍 검사를 해서 방법을 바꾸든가 해야겠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순간 순간의 결정이 참 어렵다.


무릎 붓기가 여전한게 영 신경이 쓰이는데,

의사는 살이 부은 상태라고 한다.

혹시나 물 같은게 찬 거면 빼지만, 살이 부었으니 붓기 빠지기만을 기다려야 하나보다.


오늘은 물리치료를 받았다.

6층 유리문을 처음 나갔다.

유리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통제 되어 있고,면회를 와도 유리문 앞에 서로 앉아서 전화통화로 이야기 하라는 것이 방침인데,

물리치료나 MRI 검사 등을 위해선 6층 유리문을 나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게 뭐라고, 잠시 일탈한 기분이다.


저녁에 다리를 보니 오른쪽 무릎의 오른쪽 뼈 윤곽이 좀 보인다. 붓기가 조금은 빠진 것 같다. 설마 물리치료의 효과는 아니겠고, 정체기에서 급진전을 한 느낌이다.


월요일에 퇴원을 하기로 했는데,

이 상태를 보니 내일 퇴원을 해도 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러나 걷는 것, 무릎의 움직임은 여전히 불편하다.

어찌해야 할까, 혼자서만 고민하다가 하라는 대로 월요일까지 있기로 한다.


오른쪽 무릎이 고질적으로 아프곤 하는데,

이 기회에 발본색원을 하면 좋겠다.


간지러움증이 깁스로 인한 것이라 생각해서,

잡았다.요놈. 의 기분이었는데,

온 몸이 여기저기 가려운 걸 보니 아닌가보다.

약 영향인가 보다.


오후에 샤워실에서 머리를 감다 봤는데 오른쪽 어깨에 멍이 있다.

어디서고 어깨에 주사를 맞은 적은 없는데..

이건 대체 뭐지? 싶지만... 그려려니 한다.

말하면, 또 멍 빠지거나 연해지는 연고라도 준다 할까봐...


옆 침대 분은 퇴원하셨다.

처음 눈이 마주쳐서 인사한 것 빼고는,

서로 얼굴을 본 적도 소통을 한 적도 없다.

옆에 사람이 있구나, 인기척 느끼는 정도였는데 막상 병실에 혼자 있으니 쓸쓸함과 적막감이 몰려온다. 5일차여서 이런가, 아니면 사람이 있다는 인기척 조차 없어서 그런가.


소통하지 않아도 누군가 있다는 것이 쓸쓸함을 덜어주나?


병실에 홀로 덩그러니 있으니,

군중 속에 나만 혼자 덩그러니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금요일이니, TV나 실컷 보다 늦게 자볼까 했는데 뉴스나 조금 보다 잠이나 자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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