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입원 일곱째날

by 자작공작

토요일 밤,

아침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6시만 넘으면 일어나게 되니 일찍 자야겠다, 했는데 2시 넘어서까지 꽤나 뒤척였다. 병실도 유독 덥다 느껴져서 더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말을 할까 하다, 어차피 중앙난방일 거라 생각해서 그냥 있었다.


아침에 들어 온 사람이 방이 너무 훈훈하다 느꼈는지 더우면 말을 하라 했다. 아침에도 좀 더워 말을 하니, 왠걸 방에 들어와 온도는 낮춰주네.. 진작 밤에 말할껄..


어제 물리치료를 받을 때, 옆에 치료가 끝난 사람에게 ‘어머니, 집 어디예요, 몇 층이요?’ 묻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났는데.. 나도 예전에 2주씩 출장을 가면 ooo서의 내 집, 이렇게 말하곤 했던 생각이 났다.


내 집 두고, 여기 6층 집에서 꼬박 일주일을 살았다.


오늘은 먹는 약으로 바꿔서, 혹시나 알레르기가 올라올까 신경이 쓰였는데 점심까지 먹고도 별 반응이 없다. 다행이다. 몸이 전체적으로 가려운데 이걸 딱 약 영향이라 보기도 애매하고...


내일 아침에 물리치료를 받고 퇴원인데,

병원에 시스템상 일요일 퇴원은 없는 듯 하다.


무릎에 느껴지는 묵직함은 어차피 내가 한 동안 느껴야 할 것 같다. 성격이 꽤나 급한 난, 오늘이면 정말 왼쪽다리처럼 나폴거리기를 바랐는데... 난 성격이 정말 급해서..


그러니 퇴원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아니, 지금 시점에서는 어차피 밤에 여기서 자나 집에서 자나 마찬가지이니,

일단 집에 가서 자고, 병실은 다시 안 들어와도 되니 아침에 와서 물리치료만 받고 가도 되지 않을까, 란 생각도 들었지만..(병원비도 와서 다 결제할껀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다는 듯이 여기서는 여기 시스템을 따라야지.


가져왔던 책을 틈틈이 읽었었고, 얼마 남지 않아 여기 6층 집에서 마무리 해야겠다 생각해서 오후내내 꽤 열심히 읽었다. 가져온 책은 ‘공정하다는 착각’인데 병실에서 읽기엔 꽤나 적합하지 않다. 하필 읽던 책이고, 또 이 책 말고는 들고 올 책이 없었다;;


공정하다는 착각따위는 한 적이 없고,

아메리칸 드림, 성공의 사다리는 올라가는 스텝인 횡으로 된 작대기는 다 없어지고 종으로 된 작대기만 남은지 오래이고,

소득 분배의 불평등, 자본주의 사회의 자본이 부각된다는 것,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통해 사회 변화가 될 수 있는 작은 시발점이라도 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현실인데 뭐 어쩌나.. 해야 하는 건지...


저녁에 나가보니 복도에 수액(같은 것)과 금식 표식이 붙은 것을 걸어둔 이동식 수액걸이가

대여섯개쯤 나란히 있던데, 잠시 후 가보니 다 없어졌다. 내일 수술에 들어가는 분이 많나 보다.


나도 여기 오기전엔 무릎의 발병이 너무 갑작스러웠고, 정말 갑작스런 입원이었고, 여기서 또 많은 환자들을 보니, 그저 ‘건강’이 최고고 잘 챙겨야 겠다는 생각만 든다.


올해는 입원을 했었고,

작년엔 영문모를 그리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발병한 허리통증으로 하루는 아예 움직이질 못했고, 둘째날 어기적 거리면서 걸어 병원에 간 후, 약 한 달여를 고생스럽게 지냈다.( 허리 조금 숙여 세수하는게 힘들어 매번 꼿꼿이 서서 샤워를 해버렸다) 그래서 면접도 못 갔었다.


재작년 2월에는 밤새 위 아래로 다 쏟아내고 거의 기절상태로 있다가 5분 거리 병원을 정말로 힘겹게 걸어갔더니 장염과 심한 탈수였다. 이때도 한 일주일 힘들었던 것 같다.


아니, 해마다 한 번씩 이렇게 심하게 아플 일인가?

점점 강도도 심해지면서..


재작년도 5분 거리 병원까지 걸어가는게 너무 힘들었고, 작년에도 5분 거리 병원을 걸어가는게 너무 힘들었는데... 최소한 너무 힘들 뿐이지, 걸을 수는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예 걷지를 못했으니... 이것 참..


이제 제발 아프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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