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재외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 Nov 17. 2015

[말레이시아] 동남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

물론 도시 공화국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제외하고...

이제 말레이시아에 온지 딱 4주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여기 훨씬 더 오래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벌써 4주가 갔다는 생각도 든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지.  나와 내 가족, (현재로서는 댐군과 뱃속의 아이)이 선택해서 오게 된 쿠알라 룸푸르.  적어도 20개월은 여기 있어야 할 거 같은데 그러니 안 좋은 점들은 덜 포커스 하고 좋은 점들만 포커스 해서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기간을 잘 보내야지 하는 중이다.


KL? 그게 어디야?

말레이시아는 좀  뜬금없는 선택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얘기하겠지만) 시드니에서 좀 더 살아볼 것인가, 스위트 홈인 밴쿠버에 엉덩이 딱 붙이고 정착할 것인가, 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토론토에 몇 년 살아볼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지만 동남아는 사실 옵션에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둘 다 토목/건설 백그라운드가 있는 나와 내 파트너인 댐군에게 (특히 댐군에게) 떠돌이 생활은 뭐 대단한 게 아니다.   주당 60-80시간씩 일하던 댐군 그리고 느지막하게 큰 계획 없이 덜컥 임신해버린 프리랜서인 나에게 괜찮은 말레이시아에 괜찮은 기회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댐군은 일주일에 40시간만 하면 되고 나도 풀타임으로 커밋할 필요 없이 하고 싶은 만큼 일 하면 되는 그런 말도  안 되게 좋은 기회랄까.


그렇게 갈까 말까를 조금 고민하다 구두계약으로 가기로 결정한 건 6월... 9월에 정식으로 결정이 나 부랴부랴 대강 수트케이스 몇 들고 이사 온 게 10월... 우리야 뭐 수트케이스 몇 개 들고  이사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이 정도면 껌... 이면 좋겠지만 내가 워낙 입덧이 심한 임신이라 물리적으로 신체적으로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댐군이 먼저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착하고 부지런한 남편 댐군은 레지던스 호텔에 머물면서 장기적으로 있을만한 곳을 찾았고 난 3주 후인 10월 말에 쿠알라 룸푸르에서 댐군과 상봉했다.


쉣쉣쉣!!!

밴쿠버가 홈인 나는 토털 16시간 이상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쿠알라 룸푸르 국제 공항 (KUL)에 도착했다.  뭔가 어수선한 게 이게 동남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실 동남아가 처음이라 엄청  덥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들었지만 그 외 별 기대는 없었다.  밴쿠버 러버이자 임신 중인 와이프가 여기 쉣이라며 본인만 두고 돌아갈까 봐 조바심 나하는 댐군은 기대가 적으면 실망도 적을 거라는 옛말(?)을 믿고는 절대로 아무 기대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줬다.


공항의 분주한 느낌은 칸쿤 공항이랑 좀 비슷했지만 콜롬비아의 보고타에 갔었을 때보다는 좀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댐군은 같이 일하는 분이자 우리 커플과 절친한 J아저씨의 운전수가 모는 연예인이나 탈만한 밴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홍콩에서 쿠알라 룸푸르 사이 기류가 너무 험해서 멀미를 제대로 한 나라 특히나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온 도시가 불에 타들어가는 그런 냄새가 났다.  숨을 못 쉴 정도의 탁한 공기.  인도네시아에서 해마다 이맘 때면 불을 지르는데  올해 특히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  외교적으로 말레이시아는 그다지 상황을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다는데 어쨌든 공기는 너무나 쉣이었고 청명한 밴쿠버 공기를 뒤로하고 온 나에게 댐군은 너무나  미안해했다는...


난 절!대!로! 운전하지 않으리...

말레이시아는 내가 살 게 된 나라 중 왼쪽에서 운전하는 세 번째 나라다 (영국, 호주 다음으로).  영국에서는 런던/캠브리지에 있었서서 차가 필요 없었고, 호주는 시드니 도심인 CBD에 살아서 차가 필요 없었지만 여기서는 사실 차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길거리 상황을 보고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던 마음이 싹 달라졌다.  물론 댐군은 보기보다 운전하기 쉽다고 하지만...


일단 신호가 불규칙하고 표지판들이 엉망이다.  신호등에 불이 안 들어오는 건 자주 볼 수 있는 일이고 말이다.  그렇다고 걸어 다니는 게 쉽지도 않다.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은 전기가 안 들어 온 것들이  대부분인 데다가 차들이 신호를 잘 지키지도 않기 때문이다.  걷는 걸 아주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안 좋은 상황이다.  그래도 운전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어 집은 될 수 있으면 시내에 구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눈에 보이는 뚜렷한 빈부격차

KLCC(Kuala Lumpur City Centre)는 아마도 제일 부자 동네가 아닐까 한다.  집값도 제일 비싸고 여기에 있는 쇼핑 몰들도 번쩍번쩍하다.  쇼핑의 천국? 아마도 KLCC와 바로 옆동네인 Bukit Bintang을 합쳐 놓은 곳이 아닐까?  비싼 가게에서 쇼핑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중국인들과 백인들 같았다.  수입품들은 결코 캐나다와 비교해서 싸지 않지만 전체적인 물가는 캐나다보다 훨씬 싸다.  예를 들자면 현지 음식점들은 $2-3 정도 되는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 음식들은 $5-10 정도는 내야 한다.  물론 이 정도도 캐나다/미국 물가에 비하면 저렴하다.  어쨌든 물가도 싸고 노동력도 싼 이 도시의 도심은 아주 깨끗하다.  많은 환경 미화원들이  끊임없이 주위를 손봐주시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일하는 분들도 굉장히 친절하다.  영어도 잘 한다.  난 아직 뭐가 필요해도 어디 가서 뭘 사야 하는 지 잘 모르기 때문에 주로 이런 엑스팻이나 관광객들을 겨냥한 비싼 가게들을 많이 다녔다.  일단 내가 아는 것들을 (비싸지만) 쉽게 구할 수 있고 그리고 이런 가게들은 에어컨 시설이 좋기 때문이다.  날씨 선선한 캐나다 가을에서 온 임산부(임산부들은 몸에 피가 더 많아 열을 잘 받는다)인 나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동남아 날씨에 쉽게  피곤해진다.  


어쨌든 이렇게 도착... 아니 정착

이렇게 정착하게 되었다.  호텔에 계속 있을 수 없어서 집도 구해야 했고, 아이도 낳아야 하니 평판이 좋은 병원도 구해야 했고, 이런 저런 작은 일들을 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벌써 한 달이나 지나버렸다.


Kay Yoon ('쿨짹'이라고도 불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외생활'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