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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윤 Feb 19. 2021

[밴쿠버] 슬기로운 격리생활 12월 (1)

늦게라도 정리해서 올리는 락다운 일기

날씨가 좋으면 동네 산책을 한다.  집 뒤에 이런 트레일이 있다.


December 1

My headache does not want to leave me. Go away. We need to keep social distancing. And I am busy, working, keeping house, filing the year-end, and parenting all day long. So please leave me alone.


요즘 두통이 말썽인데 이게 노안이 왔는데 제대로 대처를 안 해서 눈이 아려서(?) 오는 두통인지 아니면 원래 물을 잘 안 마시면 약간의 탈수 증세로 인한 두통이 자주 오는 스타일인데 겨울이라서 물을 덜 마셔서 오는 두통인지 알 수가 없다.


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그 외 연말이라 일이 많고 꼬맹이도 집에 있고 동네에 브레이크 인도 많고 정말 신경 쓸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일주일에 한 번 보던 엄마도 못 보고, 꼬맹이도 할머니 못 보고... 2-3주에 한 번씩 와주시는 청소 도와주시는 분도 케어홈에서 일하시는데 아웃브레이크가 있어서 못 오신다고...


정말 우리 가족만 찐.... 하게 볼 수 있는 올 겨울...


그래도 나름 평화로운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매일매일 존버 느낌으로 보낸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고 매일매일이 블렌딩 되는 일상에서 이 정도면 이 시국에 감사해야지 하는 느낌.


아무도 아프지 않고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집 따스하고... 이 정도면 됐지.


울 꼬맹이는 김/밥/계란 흰자/사과... 만 먹는데... 뭐 괜찮겠지.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고... ㅡㅡ;;


날이 너무 좋은데 동네 빼고는 갈 데도 없고 갈 수도 없고...




몇 년을 벼르고 벼르다 구입한 허먼밀러 Eames Lounge Chair다.  평생 쓸 거다.


December 4

Our house is still pretty minimalistic as far as furniture goes. But this corner/area seems just right. Finally, the lounge chair is set up in a way, I think, it deser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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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가 아직 다 없는데.. 하나씩 채워가는 중이다. 오래 쓸 게 아니거나 아이 가구는 그냥 아키아로 구입하는 중이고 나머지는 정말 천천히 하나하나씩...

2017년에 카운터탑 스툴을 사고, 2018년에 키친눅에 둘 튤립 테이블과 파이버글라스 의자를 샀다. 그리고 2019년은 그냥 건너뛰고 2020년에 라운지체어를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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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석구석에 아키아 가구가 넘쳐난다. 아이가 낙서하고 가위로 흠집 내도 쿨하게 넘어갈 수 있다. 원래 편하게 쓰려고 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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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플레이 데이트도 많이 하고 그랬으면 라운지체어를 못 들였을지도 모른다. 아직 윈도 커버링이 없는 우리 집에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창과 창 사이 벽에 둔 라운지체어. 근데 주위를 맞게 세팅해주니 은근히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옆에 낮은 사이드 테이블은 남편이 월넛 나무로 만든 건데 잘 어울린다. 근데 램프가 책을 읽기에는 너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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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어서 괜찮지만 크리스마스트리를 치워야 하면 다른 라운지체어로 채울 예정이다. 드디어 어떤 걸 사고 싶은지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근데 나중에 맘이 다시 바뀔 수도...) 일단 (사고 싶은 라운지체어) 사진을 보여주고, 남편한테 거기에 맞는 사이드 테이블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이렇게 천천히 한 공간한 공간 한 코너 한 코너씩 꾸미다가는 꼬맹이가 대학이나 갈 때쯤 하나하나 맘에 드는 집이나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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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가 중고등학생쯤 되면 꼬맹이 때문에 지고이고 살아야 했던 어린이 가구들을 다 바꿔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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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도 바꿔야 하는 게 많고...

참.. 하우스에 사는 게 이런 재미지 뭐.




December 8

Now we are seriously thinking about selling our False Creek North property. I still remember the day we viewed this property. It was Christmas Eve in 2010. We had to fly to London the next day. It wasn't too cold. It was slightly snowy. The realtor was not too convinced that it would be to our taste, but he decided to show it to use anyway. The listed price was way out of our budget.


We flew to London. I thought we had no way of getting rid of that property especially when we were not selling the property we were living in at the time. D was in love with the property right away. I liked it a lot too but wasn't sure we could afford it. D kept communicating with the realtor. The property was still held by the developer. The presale defaulted and they hadn't been able to sell it. We, then, travelled to Barcelona, first time ever. D had an engagement ring with him to propose, which I didn't know.


지난 한 2주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왜인지 대강은 알겠는데 사실 크게 이유가 안 되는 일들이라

이유가 된다 해도 스트레스받아봤자 별 다를 일이 없는 일들...


대강 기록해보면

고소를 당했다. 대단한 건 아니라 디테일을 남기지는 않겠지만 세입자로 면접했던 사람이었는데.. 어쨌든... 우리는 렌털을 매니지 해주는 매니저가 있는데 그래서 난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댐군이 매니저랑 처리해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스트레스...


또 다른 일은...

세금과 관련된 기타 등등... 이것도 센시티브 한 거라 디테일은 못 남김...

어쨌든 그래서 이번에 완공된 프리세일 마무리하는데 좀 스트레스를 받았다.

정말 단독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게 십 년 넘게 처음이라 다시는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그런 일들 때문에 지난 2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그래서 두통이 있었는지... 두통도 있어서 그랬는지 어쨌든... 두통은 지금 좀 사라졌지만...

난 정말 푹푹 자줘야 사람 구실을 하는데 정신이 너무 혼란했다. 새삼 댐군이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제 오랜만에 (일이 많아 꼬맹이를 하루 원래 다니던 데이케어 맡겼다) 픽업 전에 둘이 외식할 시간이 생겨서 고깃집에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댐군도 내 스트레스에 대해 이해하고, 나도 좀 더 홀가분해졌다. 난... 알고 보니 온실 속의 화초같이 센시티브 한 여자다. ㅡㅡ;;


그건 아닌 거 같고...

그냥 댐군이랑 오래 살다 보니 많이 소프트해진 거 같다. 어쨌든 어제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컨베이언싱 서류 사인하고 뱅크 드래프트 두 장을 건네고 딜을 끝냈다. 그랬더니. 넘 속이 시원했다는...


렌털은 매니저에게 맡기기로 하고... 일단 그렇게 넘어가기로...

때가 되면 정리해야지 싶었다.


그리고는 몇 주 동안 벼르고 벼르던 Running Room에 가서 러닝화를 사러 갔다. 꼬맹이가 계속 집에 있으니 혼자 가게에 가서 신발 신어보고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댐군이랑 밥 먹고 픽업 전까지 시간이 남아 갔는데…

월요일에 휴업..

대신 옆 운동기구 파는데 가서 캠브리지 시절부터 원했던 로어를 샀다. 모델 이름도 넘나 피팅하게 옥스브리지... 1월이나 온다니.. 그때까지는 열심히 걸어야지...



크래프트 룸이자 내 사무실... 다른 방도 있지만 여기서 일하면 옆에서 아이가 책도 보고 워크북도 하고 크래프트도 하고....

December 10

It's been a long while since the pandemic hit the world. I kept the boy from daycare from March to August, and again starting this December. We moved into this house about three years ago. It was much too big of a house for a small family of three, so I never bothered to fill in all the rooms, one of which was the dining area. It only had a small silk rug, with a single chair. The chair was only there just because.


One of the few added pieces of furniture to this house was a tulip table for the kitchen nook. Prior to covid, we only ate at the kitchen nook table. Sometimes, we would eat at the kitchen counter. The boy had a kid's picnic table set for his occasional craft and play stuff because he was going to daycare full time.


Since the pandemic, that was no longer the case. He was doing craft all the time at my Knoll table. Colouring with markers, watercolours, crayons, colour pencils, cutting papers, painting, drawing... gluing... EVERYTHING. I would say this was the first NICE piece of furniture I had bought for myself. Also, I had to clean the table all the time. Because we couldn't go out, we were always eating home, and before and after every meal, the table needed to be promptly cleared of everything because the next table activity was scheduled.


In May, #IKEA had a dining sale. I bought the biggest table I could find at Ikea. Expandable and everything. I set up my office upstairs so I can work while the boy is doing something next to me. This 10 person table is now full. The room, which had been empty for 3 years, is now the most used room in the house. The decor is not to my taste, but it will do for now. I do want to get some proper chairs though and get away from the Ikea folding chairs, although there is nothing wrong with them.


비어있던 다이닝룸을 코로나를 계기로 채웠다. 거실과 주방 근처의 장난감과 크래프트 아이템들을 다 정리해서 큰 크래프트 룸을 만들어버렸다. 코로나 초기에 데이케어 안 가기 시작했을 때, 튤립 테이블에서 일도 하고 꼬맹이 크래프드도 하고 그랬는데, 밥 먹을 때마다 치워야 하더라. 일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어서 모니터, 키보드도 셋업하고 옆에 파일 사이드 테이블도 해놓고, 꼬맹이가 옆에서 뭔 짓을 하든지 테이블에 가위질을 하든지 말든지 크게 신경 안 써도 되는 크고 희고 튼튼한 테이블을 아키아 세이 때 들였다. 2년 반 훨씬 넘게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다이닝룸이 이제 집에서 제일 많이 쓰는 공간이 되었다. 물론 지금 인테리어 스타일은 크게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 정신없고 아키아로 가득 찬 이 공간이 사랑스럽다.



재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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