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다.
이제 입학한지 3주차인 둘째의 마음도 오늘처럼 흐린가보다.
1년전 병설 유치원에 다닐때만 해도 하루종일 신나게 놀기만 바빠 너무 즐거웠는데,
언니도 학교는 마냥 재밌는 곳이라고 했는데..
유치원 만큼 학교도 재밌겠구나하며
예쁜 가방과 필통과 새 연필을 담으며 한껏 신나했는데..
생각보다 교실은 더 낯설고,
아이에게 허락된 공간은 책상 하나 의자하나 만큼 좁았고,
코로나때문에 떠들어도 안되고, 친구들과 접촉도 안되고, 화장실 가는때 말고는 일어나서 돌아다닐수도 없는,
너무나 이상하고도 예상밖의 곳이 학교였나보다.
안그래도 가방은 무거운데 교실분위기까지 너무 무거워 혼자 감당할 수가 없어서 친구가 올때까지 내 기다리다가 친구와 함께 들어가지만,
숨막힐것 같은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가보다.
친구와 웃으며 들어간지 5분만에
울면서 학교가기 싫다며 뛰쳐나왔다.
운좋게 아이들 학교에 방역도우미로 일하게 되어
오며가며 아이들 모습을 볼수 있고,
아이들 쓰는 공간을 내가 소독해줄수 있어 더 안심되었던 내 맘과는 다르게
둘째에겐 혼자 감내하고 단단해질 새 없이 울면서 뛰쳐나와 도망쳐 기댈수 있는 곳이 되버린것만 같아 오히려 독이 됐나 자책감이 든다.
어쩌면 그렇게 못난것만 닮는지..
어릴때의 나도 새학기마다 적응하는데 온 맘과 몸의 에너지를 써버려서 탈진할때가 많았다.
새학기 증후군을 앓는 딸을 보면 그 때의 어색함, 답답함, 그 공기가 그대로 느껴져 애처롭고 안타깝다.
그래, 엄마도 그랬어 하며 공감을 해주다가도 답답스런 마음에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른다.
긴장해서 배가 아파 매일매일 보건실을 간다는 아이에게,
난 왜 이렇게 용기가 없을까 자책하는 딸에게,
너의 용기의 씨앗이 뱃속에서 싹을 틔우려고 아픈가봐-
빨리 싹이 나오도록 물도 자주 마시고 크게 숨을 쉬어보자. 고 했다.
알겠어, 오늘은 용기 내 볼게 하며 주먹을 꼭 쥐었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아이는 울었고
내 마음도 오늘 날씨처럼 잔뜩 흐려진다.
학교 끝나면 주말내내 꼭 안고 있자는 아이를,
오늘은 꼭 안아줘야지.
시간이 약이고 시간이 답인걸 알지만
올해의 3월이 흘러가는 시간은
꽤나 오래 걸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