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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배 Aug 13. 2022

완벽히 반짝이진 않아도

끈적끈적.

누가 분무기로 내내 물을 뿌리듯이 비가 오는 바람에 공기가 끈적하다.


나와 남편이 코로나에 걸릴때도 굳건하던 큰딸이 별안간 열이 나고 양성이 떠 몸져 눕느라 신생아 체크하듯 2시간에 한번씩 자는 딸아이 열보초를 서고,

언니한테 온 신경이 가 있느라 조금 소홀해진 것이 맘에 들지 않아 틈만나면 엄마는 나 안사랑하지? 남발하며 삐져대는 둘째 기분도 맞추느라 며칠동안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기분도 날씨만큼이나 끈적인다.


세상만사 귀찮고 드러누워 버리고 싶지만 난 성숙한 40살의 어른이기에 툴툴툴 입내밀며 집안일을 하기위해 어거지로 몸을 움직인다.


습한 날씨 탓인지  나의 게으름 탓인지

어느새 싱크대엔 그새 또 물때가 가득이고

가스레인지에는 기름때가 통통통 튀어있다.

해도 티안나고 안하면 티가 나는 집안일이라 했다.

설겆이는 쌓아놓지 않고 그때그때 식사후에 바로 하지만 약간보다 많이 모른척 하고 싶었던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는 또 이렇게 우리집 둘째처럼 나에게 나의 소홀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방세제를 뿌려 닦아본다.

깨끗이 닦여지는 물때에 속이 얼마간은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가스레인지도 닦아보지만 역시나 기름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새것처럼 완벽하게 기름때를 제거하기는 오늘 저녁은 좀 힘에 부친다.

그렇다 하더라도,

 닦아내는 행동자체가 나의 끈적이는 기분도 닦아내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오늘은,

이거면 됐다.


내일 다시, 또

개운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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