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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배 Mar 01. 2021

인생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지만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는 오는 법.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노년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할아버지의 서툴고 투박한 사랑이야기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눈물을 흘렸고 『디어 마이 프렌드』의 할머니들의 절절한 우정이야기에 나도 늙어서까지 저런 친구들이 내 곁에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세월의 뒤편에 서서 젊은이들에게 주인공을 내준 엑스트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엄연히 그들도 가지고 있는 드라마와 서사가 자꾸 나의 시선과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없지만 그림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빠지는걸 좋아해 미술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는걸 좋아하는데, 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띄었다.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1세에 단독전시회를 연 할머니 화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것 처럼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그 시절 그곳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책을 읽었다. 할머니의 그림들은 마침 넷플릭스에서 보던 빨간머리앤의 배경화면과 너무도 닮아 있어서 더 정겹게 와 닿았다.


열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여섯살까지 자기 이름이 뭔지도 모르고 자랐고 미처 꽃피우기도 전에 몇몇 형제들은 떠나보내기도 해야했지만, 가족안에서 소박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모지스 할머니의 부모님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해주었고, 그 사랑이 할머니 그림에서 한결같이 느껴지는 따뜻함을 만들어준것 같다.


모지스 할머니는 비록 배우자까지 잃고 난 70대에 그린 그림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책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결코 그 기회가 어느 날 우연히 얻어진게 아니라는걸 알것이다.

결혼 후 이주한 낯선 곳에서 쉬지않고 버터를 만들어 입소문이 나 시장에 내다 팔고, 감자칩을 조금 만들어 팔던것을 결국 리조트까지 납품하던 것과 나이가 들어 움직임이 불편해졌을때도 자신에게 한평만 있다면 팬케이크를 구워 팔았을거라고 하는 모습은 모지스 할머니가 얼마나 삶에 대한 열정이 넘쳤는가를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저 입으로만 삶의 열정에 대해, 인생의 기회에 대해 뜨겁게 토로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던가.

(물론 나도 예외라고는 할수없겠다.) 그런 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한들, 그것이 삶의 또 다른 기회 인지도 모른채 그 또한 불평해가며 흘려보내릴 것이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런 말들은 입이 아닌 몸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게 삶을 살아내는, 찾아오는 기회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자들에게 통하는 말이었음을.


이렇게 짧은 글이나마 끼적거리는 것 또한 진중하게 삶을 살아내려는 나의 작은 열정임을.


느끼게 해준 모지스 할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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