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코로나가 휩쓴 자리
원어민이 쏘아 올린 코로나의 공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시작은 그저 친구 아들이 다니는 영어유치원 담임이 확진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가까운 사이에 밀접접촉자가 생겼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심장이 덜컹할 일이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내 카톡 단톡 방에도 채팅 숫자가 늘어나듯,
내가 방역 도우미 일을 하는 학교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어유치원과 영어학원을 모두 운영하는 곳이고
동네에서 평이 좋아 이 동네 초등학생 10명 중 3명은 다닌다고 봐도 될 정도로 유명한 곳에서, 그것도 강사가 확진이라니...
동네에 불이 번지듯 불안함이 번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내가 일하는 학교뿐만 아니라 이 동네 4개 초등학교가 오전 8시에 급하게 등교중지를 결정했다.
그 원어민 강사는 주말에 홍대 모임을 다녀왔다고 했다.
6명이 모였다고 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고 했다.
학생들에서도 한 두 명씩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한 학교 학생들만 그 학원을 다닌 것이 아니었기에 줄줄이 모든 학교가 급하게 문을 걸어 잠갔다.
잘 가르친다고 소문난 학원이었는데...
그 입소문 덕분에 커진 학원이었던 덕에....
그것 때문에 동네가 쑥대밭이 되었다.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고 모든 교직원은 검사를 받으란 공지가 내려왔다.
확진자들과 겹치는 동선도 없었고, 처음 받는 코로나 검사도 아니었으며, 백신도 1차 접종은 끝난 상태라 많이 심란한 마음은 아니었다. 그저 음성이라는 방패 같은 두 글자를 받아내기 위한 검사였기에 많이 두렵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보건소 앞에 늘어선 길고도 긴 어린아이들의 줄에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1초도 안 되는 검사지만, 작은 아이들에겐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잠깐 기다리라고, 무섭다고 울면서 악을 쓰고 소리치는 아이들의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운이 좋아 내 아이들은 비껴갔지만 우리 집에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이라는 게 더 소름 끼쳤다.
음성 판정을 받고 출근을 했을 때
모든 교직원이 나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주말에 바쁜데 검사받을 시간이 어딨냐며 오늘 받을 거라고는 했지만 그 말조차 못 미더운 사람,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도 않는데 꼭 검사를 받아야 하냐며, 받기 싫다고 무섭다고 징징대는 행정직원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고 화도 나고 그때 보건소에 있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이는 세월이 주는 훈장이 아니건만,
지금 이 동네에는 천명이 넘는 자가 격리자들이 생겼건만,
그 천 명 중에 절반이 이제 고작 초등학생인인 아이들 이건만
어쩜 그리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이 사태의 원인도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모임을 가진 어른들 때문에 시작된 것인데
나서서 아이들을 지켜줘야 하는 어른들은 그저,
본인의 코에 기다란 면봉을 집어넣는 그 1초의 시간을 견딜 수 없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듯했다.
언제까지 나는 아닐 거야 하는 얄팍한 이기심 때문에 많은 이들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그런 어른들에게 키워진 아이들이 과연 올바르고 건강한 교양과 시민의식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날수 있을지....
자가격리로 14일간 집에 갇혀 살아야 하는 친구의 집 문 앞에 고추장찌개와 아이가 먹을 간식을 놓고 오면서 적어도 내 아이들이라도 시간을 그저 흘려버린 어른이 아닌, 시간이 주는 상처와 교훈을 꼭꼭 새기면서 자라는 어른이 되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우선 나부터 그러한 어른이 되자고 생각했다.
이런 와중에 형님네 조카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도 확진되어 5살 조카도 밀접 접촉하여, 2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깜깜한 밤하늘이 노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