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유난히 감기 환자가 많았다.
나도 피해 가지 못했다. 며칠 열이 오르내리다 겨우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예전 같지 않았다.
열은 내렸는데 기운이 오래 남지 않았다.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더 차고, 집중력도 쉽게 흐트러졌다. 그 순간 스치듯 떠오른 말.
“이제 나이 들어서 그런가…”
이 말은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원인을 더 따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믿어버리면 편하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회복이 느려진 건 단순히 나이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
최근 읽은 『늙지 않는 뇌』를 덮으며 나는 그 질문을 다시 붙잡게 됐다.
책은 뇌와 몸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다.
그리고 강조한다. 노화의 핵심은 ‘시간’이 아니라 ‘회복력’이라고.
젊을 때는 밤을 새도 금세 회복됐다.
지금은 감기 한 번에도 몇 주가 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 나는 얼마나 움직이고 있었을까?
근육은 면역과 직결된다.
유산소 운동은 혈류를 늘리고, 뇌와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다. 움직임이 줄어들수록 회복의 속도도 함께 줄어든다.
나는 ‘나이’를 탓했지만,
사실은 줄어든 운동량과 체력 저하를 방치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회복이 느려진 건 나이가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탄력성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감기 후 유난히 단 음식이 당겼다.
피곤하니 달달한 커피로 버텼다.
하지만 책은 분명히 말한다.
고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은 염증을 만들고,
이 염증이 인지 기능과 에너지 시스템을 떨어뜨린다고.
단순 탄수화물은 순간적으로 힘을 주지만
회복을 돕지는 않는다. 오히려 식물성 항산화 영양소, 오메가-3, 균형 잡힌 지방이
세포의 대사 기능을 안정시킨다.
나는 묻는다.
“지금 내 몸은 회복에 유리한 환경일까, 아니면 피로를 붙잡고 있는 환경일까?”
회복속도는 나이가 아니라
몸속 대사 환경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열이 떨어진 뒤에도 나는 늦게까지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아프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하지만 깊은 수면 단계에서 뇌는 스스로를 청소한다.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억을 정리하고, 면역을 재정비한다.
잠을 줄이면서 회복이 느리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모순 아닐까.
회복이 예전 같지 않다면
운동보다 먼저, 영양제보다 먼저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건 아닐까.
깊이 자는 밤이 쌓여야, 깊이 회복되는 몸이 만들어진다.
감기 한 번에도 흔들리는 몸을 느끼며
나는 한동안 ‘이제 내려가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본다.
회복력은 훈련할 수 있고,
대사 환경은 바꿀 수 있고,
수면은 선택할 수 있다.
나이듦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그 속도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예전 같지 않은 회복을
그냥 나이 탓으로 넘길 것인지,
아니면 관리의 신호로 받아들일 것인지.
어쩌면 저속노화는 거창한 비밀이 아니라
감기 이후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