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받고 싶은가봐.
그래 내 처지는 위를 보면 한참이나 불행하고 아래로 내려다 보면 한참이나 그럭저럭 제법 쓸만한 인생이야...
너무 몸이 아픈데 당장 일하러 출근하러 나가야만 하는 날이면 다시 엄마 뱃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싶어진다.
아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만큼 진저리나게 현실도피를 꿈꾼다...
그러다 피곤이 좀 가시고 그럭저럭 살만해지면 이런저런 흥미 거리들로 시간을 채우고 내 인생에 만족을 느끼며 혼자 있는 시간에 키득거리곤 한다.
나는 무척이나 일을 싫어하는 부류다. 정확히는 일을 싫어한다기보다 오래 일하는걸 버거워하는듯 하다.
내 체력은 일하기 시작하고 5시간이 넘어가면 짜증지수가 높아지고 급격하게 저혈당 모드로 곤두박질 칠때가 잦다.
딱히 지적 재주가 무난하지 않은 나는 지금까지 몸뚱이를 이용해 생업을 이어 왔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일수도 있겠지만....언제나 후회하곤 한다...아!!공부를 했었어야 하는데 닥치고 열공 했었어야만 하는 건데....공부가 이 지옥에서 나를 구원해 줄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출구 였었는데...이런 되도 않는 후회를 한다.이제사 말이다.
얼마전 다면적 인성검사란걸 할 기회가 있었다.
다소 부정적 성향이 강하나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왔다.
그렇다 나는 올해로 43살이 되었는데, 언제 죽어도 상관 없다는 태도로 삶을 비관하면서도 실은 이제껏 살아온 기간을 통털어 지금이 가장 괜찮은 편이라 느낀다.
타임머신을 타고 언제라도 지난 시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이 그나마 제일 나은듯 싶다....
충분히 좋은건 아니지만 과거의 나를 몰랐던 그때로 돌아가 맨땅에 헤딩하듯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왜 힘든지...내 마음이 왜 이렇게 느껴지는지...나는 왜 이렇게 밖에 안되는지... 나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일반화시키는 마음의 원리가 아닌 순수한 나란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이런 머저리 깽깽이 같은 현실도피를 꿈꾸는 나라 하더라도 나는 이제 나를 연민할 수 있다. 차라리 싫어하는 것 보다야 연민하는게 낳지 않은가 말이다.
전엔 내가 나란 사실이.
끔찍이도 싫었는데, 이럴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깊이 느껴지는 중이다.
하기로 한 것을 하지 않는 나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안하고는 못 견디는 나 라도
어여삐 보아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나 이렇게 좋아졌어요 하고 알리고 싶어 안달이다...
누군가에게 검증받고 확인받고 안심하고 싶은가보다.
오늘도 나는 불안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