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게 묻는다.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나 아닌 밖의 존재들에게로 향해 있는 내 감각의 촉수들...언제나 밖으로 향해 있던 내 오감들은 나를 괴롭히는데 충분한 일등 공신들이다...
디자인이 멋진 가방....신상 운동화, 새로나온 신간, 1분 안에 마음을 온통 사로 잡아 버리는 유럽과 지중해의 황홀하고 여유로운 관광지 여행광고...나를 돋보이게 해줄 것만 같은 여리여리한 블라우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심리적 거리보다 공간적 거리로 긴밀하게 가까운 일터 인간 동료들의 말한마디...오늘도 여전히 내 몸을 감춰주고 있는 오래되어 삭기 직전인 노멀한 디자인의 외출복...
불행이라곤 얼씬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미끈한 연예인의 광고 속 이미지...
나말고는 다들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 가족들, 좋은집들, 나 아닌 것들의 행복하고 여유로와 보이는 시간 시간들....
내 마음은 이런 것들을 따라 하루에도 수천 수만번 짧게 혹은 길게 여행을 떠나곤 했었다. 아니 지금도 그러하다...나는 몇번씩 이나 집나간 내 마음을 내 몸의 감각에 몰입하는 것으로 붙잡아 두곤 했다. 지금 실존하고 있는 내 몸의 감각들은 생생하지만 현란하고 자극적인 밖의 존재들보다 너무나 밋밋함을 뽐내고 있다.....죽지 않는 이상 살아야 함은 누구나 마찬가지...어짜피 살꺼라면 이제는 덜 괴로운 쪽을 선택하고자 하는데도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버리는 내 감각들....이쯤되면 헷갈린다.
내 속에는 내가 둘이 있단 말인가?
밖을 탐해 내가 괴롭다는데도 부득들 밖으로 향하고자 하는 내마음의 감각들....과
안으로 나를 알아 가고자 애쓰는 그 마음은 과연 누구의 마음인가?
강한 놈이 살아 남겠지....나는 나를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를 괴롭히면서까지도 밖으로 마음을 나돌게 할 것인가?
진정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나는 단지 내 오랜 습관의 노리개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