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탓하랴..다 내 탓이지..
다행이도 출근전까지 5일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그 5일은 눈깜짝할새에 빛의 속도로 지나가버렸다.
5일이 지나기전 새롭게 마음을 무장하고 정비하겠다 세웠던 계획은 너무나도 쉽게 무산됐다. 너무 피곤했다. 너무 아팠다 이런게 핑계는 될 수 없지만 사실 너무 피곤했다.
주5일 이발소 근무의 쳇바퀴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했던 마음의 준비는 그저 희망사항으로 남아버렸으며 그나마 5일동안 싸갈 밑반찬 준비만 겨우 마쳤다.
이발소에서 하루11시간 종종걸음으로 손님을 대하고 머리를 다듬고 출.퇴근시간 2시간 남짓까지 합하면 주5일 근무에 내게 허락된 자유시간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런 생활의 반복 속에서 정신이 피폐해지지 않으려면 그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만 산다고 느껴지는 순간 내마음에 우울이 깃든다는걸 나는 지난 경험으로 충분히 잘 알고 있다.
나는 사실 살고 싶지가 않다.
사는게 너무 힘에 부친다.
지긋지긋한 통증.
지긋지긋한 생계걱정.
지긋지긋한 외로움.
그러나 난 아직 살아있고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내 삶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마주하고 싶다.
그래서 10시간 넘게 서서 종종걸음으로 머리를 다듬고 15분 점심밥 먹고 다시 바로 머리를 다듬게 되겠지만...그게 너무 싫지만...그게 너무 싫어도 굶어 죽을 순 없으니까 이보다 더 안좋아지는건 슬프니까 이보다 더 나아지고 싶으니까
어떻게든 내 정신을 지키도록 아침이면 기도를 할 것이고 명상을 할 것이고 언제나처럼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또 법문도 듣고 비타민도 먹고 아침밥도 챙겨먹고 청소도 하고 반신욕도 하고 그렇게 지낼거다.
근데 참 슬프다.
기운이 없다는건 너무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