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고 변할 수 있으니 그게 희망...
햇살이 참 좋은 날이다. 내 집은 산 밑이라 새 소리가 또렷이 잘 들린다.
봄이 되면서 해가 빨리 뜨니 참 좋다.
해도 빨리 뜨고 낮 동안에 햇님이 큰방 창가에 좀 더 오래 머물다 떠나는게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오랜 우울증도 떠날 것 같은 봄 날씨... 짧아서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봄이다.
그러고 보니 우울증 약이 떨어진지 한주쯤 되었나 왠지 약을 끊어도 괜찮치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몇 번의 우울증을 경험하면서 나에게 봄은 되려 더 힘든 계절이었다. 생동감이 넘쳐나는 초록과 온갖 꽃들의 향연이 절정을 이룰수록에 나만 우울한 것처럼 고립되는 느낌이 강해졌었다.
올 봄은 나에게 난생 처음 "봄이란 이런거야 태연아!" 이렇게 알려주는 것 같다.
마흔번 이상의 봄이 있었지만 봄이라서 좋다 이런 기분은 처음인 봄...내게는 첫 경험인 봄. 익숙하지만 결코 이전의 봄과는 다른 봄이 펼쳐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에서 얻게 되는기쁨과 감사함이 늘어가고 있다. 좋은 징조다.
초록의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우리동네 뒷산은 공동묘지다.
누군가는 말한다. 터가 좋지 않다고....
나는 안다.
우리 모두 시한부 인생이란 걸....누가 먼저 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보다 먼저 간 그분들이 쉴 수 있는 보금자리 밑에 위치한 나의 아파트...
나는 삶과 죽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언제나 한 몸에 같이 존재하고 있는 유한한 삶이기에......
내가 만약 프라나리아처럼 분열에 분열을 계속하며 머리를 잘라도 머리가 생기고 꼬리를 잘라도 꼬리가 생기는 심지어는 몸체를 세로로 잘라도 새로운 머리와 꼬리가 생겨 새로운 개체가 만들어지는 단세포 프라나리아라면 아마 나는 일찍이 미쳐버렸을 것 같다.
나는 죽음이 있다는 게 참 멋지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니까...영원하다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다....나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