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화도 못내는년이었어.
하고 싶은 얘기를 솔직히 할 수 있다는게 뭐가 어려워 그냥 하면 되는 거지...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 말이 해당되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은 말도 속으로 몇번이나 생각하고 해도 되겠다거나 하고 나면 뒷감당을 할 수 없으니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정이 되고 나서야 밖으로 말을 뱉을 수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맘 놓고 화조차 내지 못하는 그런년이다.
아무리 화가 불길처럼 솟구치던 때에도 그게 부모든 형제든 친구든 누구에게도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내가 착해서라고...천만에 난 착하지 않다.
난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날 위해서가 아니라면 행동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뭘 선물하든 좋은말을 하든 그 의도 뒤에는 "나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 나 인정해줘" 이런욕구가 숨어 있다.
나는 요즘 심리상담을 받는 중이다.
오늘 심리상담 선생님께 지난번 상담후 선생님이 나에게 했던 말 때문에 내가 화가 났었노라고 말했다.
평소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감정표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에 화가 난거지 선생님이 싫은건 아니라고 말했다.아무래도 말을 하면서도 끝까지 선생님의 반응이 두려워 이렇게 표현하는 쪽을 선택한듯 싶다.
화가 났었다고 표현하고 나니 기분이 홀가분하다.
이제는 존재 자체가 싫은게 아니라 너의 어떤말, 너의 어떤 행동이 불쾌했어 하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상담을 시작하고 하나둘 나를 드러내 본다. 곰팡이가 피어 있던 마음에 밝은 빛을 비추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느낌이다.
상담할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