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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닥치라고 썅

네게 좋다고 내가 좋을꺼라 생각하지마. 그건 이기적인 착각에 불과해.

by 그냥살기

지난 심리상담 시간 나는 상담 선생님께 이런 말을 했다.

"내 주변 지인들은 자식 생각을 끔찍이도 하는것 같은데 전 그게 너무너무 부러워요"
내 어머니는 아파서 출근 못하는 자식에게까지 아파도 너무 누워 있지 말고 움직이라는 말을 당부하는 사람이다. 어머니 자신이 혹독하게 일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환경에 놓여진 분이었기에 내게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당부하시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그런식의 표현이 진저리가 나도록 싫다.
인간들은 자신이 좋다거나 중요하다거나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그걸 타인에게 알려주지 못해 안달인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나 또한 그런 엄마를 닮아 타인에게 충고나 조언 하기를 즐긴다. 그런 엄마가 싫다면서도 엄마와 판박이 행동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런 내가 기대하는 부모의 모습은 자상하고 따뜻한 분들 이었으면 하고 원했었다.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부모의 정을 느끼고 싶어하는 늙어가는 중년 여자가 여기 한명 있다.
그러나 번번이 냉정하다 못해 무관심까지 고루고루 탑재한 내 부모님...
난 독립한지 20여년이 지난 독거 중년이다.

몇년째 섬유근막통증이라는 손.발 통증을 달고 살고 그때문에 피로감도 빨리 느끼고 우울증까지 달고 사는 영성에 관심이 많은 중년여자다.

중년 여자가 됐다고 해서 부모의 사랑이 필요 없는 건 아닌가보다.

부모의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했다면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해서 하나라도 샀을 것 같기도 하다.

엄마 말씀으론 내가 애기때 밤이면 밤마다 동네 떠나갈 듯 울어 댔다고 한다. 조부모와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은 애가 유난스럽다며 무당을 불러 애기 머리맡에 칼을 두고 굿판을 벌렸다고 했다.그럼에도 내 울음이 나아지진 않았고 우리집에서 나는 여전히 유별난 애로 통했다. 내가 서른이 넘어 그 말을 처음 들었을때 그 얘길 함께 듣던 가족들은 웃어 제꼈지만 나는 화가 났다. 크게 화를 내지도 못하니 약간의 언성을 높여 "애가 울면 안아 줘야지. 더 자주 보살펴주고 관심 가져 줘야하는 거지." 말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부모의 양육태도가 생각날 때마다 "지나간 일이니 되돌릴 수 없어 그러니 이해하자" 하면서도 저절로 어린시절 여러 기억들이 떠올라 가슴에 피멍이 맺혔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독립하지 않아 집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 왔을때 단 한번도 "이제오니"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운동회가 되었든 각종 입학식이 되었든 언제나 부모없이 혼자 있는 뻘쭘하고 부끄러운 내가 어쩔줄을 몰라 당황하던 기억이 난다.

부채춤을 추는 운동회 날인가 친구들은 다들 엄마가 얼굴에 화장을 해줬는데 나는 아무리 기다려도 끝끝내 엄마는 오지 않았었다.

그런 일들이 당연하게 반복되면서 자라다 보니 나는 내가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존재로 여겨지게 된 것 같다. 평범 근처도 못가는 못난이로 나 스스로를 폄하하는게 익숙해지고 그런 나에게 지금까지의 사회생활이란 늘 당연히
피해자 모드....

이제는 종교의 힘을 빌어 부모 또한 상처받은 사람들이라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의지로 누른다고 그 서럽고 아프던 시간들이 내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어릴적 느낌 느낌들...(혼자.외로움.죽고싶음.보호자가 있으면 좋겠다)
어릴때 받은 느낌들에 영향을 최대한 줄여 보고자 종교생활에 심리상담에 비폭력대화에 갖은 노력을 한다.
어쩌면 상처가 없었더라면 하지 않았을 마음공부...
좋은게 좋은거라고 다짐해 보지만 아직은 큰산 같은 상처입은 어린날의 부상병 태연이가 있다.
할머니가 되기 전에는 엄마를 진심으로 아빠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모르겠다. 뭐 아무래도 괜찮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도 어쩔 수 없지.
아무리 기억을 까 뒤집어 봐도 부모와 연관된 기억중에 다정했던 한 때가 떠오르지 않는다. 발톱의 때 만큼이라도 좋으니 찾아내고 싶지만 아쉽게도 찾을 수 없다. 없어서 없는건지 기억이 왜곡된 건지.

암튼 아플때 만이라도 좀 걱정해주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부모 자신이 좋다고 여기는 걸 멋대로 주는 대신 아이가 원하는게 뭔지 알려는 관심이라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느라 자식을 애완견인 줄 알고 키우거나 방치하는 부모들이 적어지면 세상이 조금이나마 따뜻해 지지 않을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해 먹고,늦게까지 자지 말고
일하러 나가서 머슴이 전화 자주 하면 주인이 싫어하니까 전화 하지 말고"

이딴 얘기를 엄마가 하는 날이면 속에서 불기둥이 치솟는다.
"닥쳐 닥치라고 썅! 엄마면 다야!! "엄마 맘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싫다고 너무 싫다고...

열이 올라 더 못 쓰겠다. 시간 아껴볼겸 반신욕 하면서 썼는데 땀이 개겁나 난다. 육수가 너무 진해 그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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