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나를 위해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내 주말 알바는 이발소에서 머리카락 다듬는 일이다. 이 일은 생각보다 꽤 힘에 부친다.
물론 목수인 우리 오빠들에 비하면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히터가 나오는 이발소는 비교적 괜찮은 일터인 셈이긴 하지만.
9시간 내내 줄곳 선채로 손님 옆에서 반원을 그리며 동분서주 작업을 하다 보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 혼자서 욕도 중얼거리게 된다. 물론 내 경우가 그렇다는 거다. 그래도 당당히 쉴 수는 없다. 주인 눈치보며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커피를 선 채로 먹는 정도가 식사시간을 뺀 유일한 휴식시간인 셈이다.
의자 뒤를 맴맴 돌며 가위로 싹뚝싹뚝 바리깡으로 위이잉위이잉 소리내며 작업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이발소는 매 주말마다 거의 90년대 추석 전날 이발소에 몰린 손님들을 연상케 할만큼 손님으로 미어 터진다. 그저 많다는 말로는 표현이 한참이나 부족하다.
앉을 자리가 없는 가게 안은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까지 합세하고 이미 머리를 하고 난 손님들이 나가더라도 가게에 유일한 의자인 뱀처럼 긴 길죽한 쇼파는 비어 있을 사이가 없다.
왜? 글쎄다.
나도 궁금하다...
한시간에 오분이라도 아니 두시간에 한번이라도 가만히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내가 일하는 작업대는 가게출입 자동문이 열리자 마자 손님과 한발짝 거리도 안되는 첫째 작업대다.
오가는 손님들로 분주한 시장통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게 내 성격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었다.
손님이 많아서 싫은 것 보다 저자거리같은 그 정신 사나움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머릴 찍어낼 수 있는 기계도 아닌데 그런 정신없는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집중해서 손님 머리를 흡족한 상태로 다듬기가 매우 어려웠다.
고심끝에 주변 상황을 희미하게 느끼도록 주변에 의식을 두지 않고 내 의자에 앉은 손님만 존재하는 것처럼 일하기 시작했다. 오직 지금 내 의자에 앉아 있는 단 한사람의 손님만이 존재하는 듯 의식을 집중 시키고 일을 해 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실력을 다 동원해 일을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그럭저럭 시간도 빨리 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치라는게 엄연히 존재한다.
4시간쯤 풀로 일하고 나면 점점 꽤가 나고
힘들어진다. 그때쯤 우유와 인스턴트커피를 섞어 전자렌지에 라떼를 만들어 먹고 나면 다시 일을 할 수 있다.
ㅎㅎ 그런데 그 이후로는 앞의 방법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왜? 지쳤으니까......
그때부턴 수처작주를 떠올린다.
가당치도 않은 스님 흉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난 수처작주의 힘을 알고 있다.
주인된 마음으로 일을 하고 난 뒤의 더도덜도 없이 홀가분한 그마음을 너무 잘 안다.
피곤하단 이유로 대충 마무리 짓고 나면 언제나 내 양심이 내게 말을 건넨다.
"니가 그렇지...니가 하는 일이 그렇지...어디서든 너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아도 넌 아무 할 말이 없어 안 그래 김태연?"
그래서 언제나 내가 주인이란 마음으로 일을 하려 새 마음을 낸다.
물론 지쳐서 아무리 새마음을 비틀어 쥐어짜 내려 해도 안될 때도 있다.그러나 언제나 예외없이 또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내 지친 영혼을 달래며 다독인다....덜 후회할 수 있게 할 수 있을때 할 수 있는걸 하기 위해 나는 계속 새로운 마음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