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아 시간아 ~~

조금만 더 머물러줘 시간아!!

by 그냥살기

난 두어달 전부터 평일 오후 1시30분까지 약4시간 가량의 내 소중한 시간을 시급 육천오백원과 맞바꿨다. 침침한 지하 빌라에서 시급 육천오백원을 받고 돈까스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오늘 돈까스 마지막을 장식하는 촉촉한 빵가루님께서 안 계시는 관계로다가 빵가루님이 도착하시는 시간에 맞춰 정오가 지나 알바를 시작하는 걸로 일정을 잡아 놨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 오전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될 예정이었지만,

그러나 아뿔싸 내 달콤한 오전타임을 방해하는 전화벨이 새벽부터 울려 댔다. 그것도 새벽 5시를 넘어서는 시각에 말이다.

이런 젠장맞을...욕은 안했지만 속에선 연신 욕을 해대는 중이었다.
새언니가 가벼운 교통사고로 입원 했으니 병문안을 꼭 다녀 왔으면 한다는 엄마의 통보...이런 궂은 일에는 꼭 내가 연락통이 되주길 바라는 부모가 싫다. 만만한게 나라고...돈은 장남주고 이런 일은 꼭 내몫으로 남겨주는 내부모...
나란인간이 꽤 인정머리가 있음에도 새언니 병원에 왕복 점만 찍고 온데도 4시간 가량인데....어쩌지...안갈 도리도 없고... 먼저 새언니의 상태가 양호하다는 소식에 어떻게 하면 안갈 수 있을지 묘수를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안가서 나쁜 이미지로 찍히는 것보다 다녀오는 쪽으로 선택했다.

오늘로써 딱 열흘을 채워 마무리 짓기로한 다이어트용 무염식 식사를 제빨리 끝내고 제일 맘에 드는 옷을 골라 입고 나가려는데 새언니에게 두번째 문자가 도착했다. 정말 괜찮으니 오지 않아도 되요 아가씨...
이 일로 엄마대신 형제들에게 사고 소식을 문자 돌리고 통화하고 시간을 지체 하다보니 이미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 들었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알바시간에 제때 가게에 도착하는게 무리인거 같단 걱정을 했지만 내심 가고 싶지 않았던터라 밍그적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새언니의 연이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에 핑계를 대고 가지 않기로 대결정.
원래 계획에 있던 은행 일을 보러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왠지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왜지?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잠시 내 안을 들여다 본다.
내가 만약 교통사고로 병원 신세중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싶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아냐...새언닌 나처럼 감정이 예민한 사람이 아냐. 되려 무딘쪽에 가깝지...
그러니 잊어버려...
본인이 제차 거절 했잖아.
그걸 명분삼아 엄마에게도 새언니가 불편해해서 끝까지 가겠다고는 못하겠더라고 말씀드리면 되지.

아! 근데 뭔가 깔끔하지가 않았다.

아직도 걸리는 마음이 남아 있다.

역시 가기 싫어 안간 찜찜함을 해소해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생각끝에 꽃바구니를 보내기로 했다. 나는 꽃을 좋아해 내 돈 주고 꽃을 사는 사람이지만, 새언니가 꽃을 좋아할지는 모를 일이긴 했다...

그냥 안보내는 것보다야 훨씬 면이서는 듯해서 거금을 써서 꽃바구니를 결재 했다.

지하에서 3일 동안 돈까스를 총12시간 가량 혼자 만들어야 벌 수 있는 돈을 과감히 투자해 버렸다.

적어도 싫어하진 않으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보냈지만 꽃바구니가 고객님께 도착했다는 문자가 내게 전달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새언니는 감감 무소식.
웬지 기분이 더 나빠졌다.
돈 쓰고 기분 나쁘고...아마도 겉치레 인사를 기대 했었나 보다. 내 맘 편하자고 보냈으면서도 당연한 인사를 기대 했었구나. 새언니가 내 맘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것처럼 시간이 지나도 고맙단 전화는 오지 않았다.
몇 시간이 훌쩍 넘어 겨우 고맙단 문자가 달랑 도착했다.
나 같으면 너무 감동일 것 같은데 내가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연한 분홍과 연두 핑크 보라색 꽃이 들어간 예쁜 파스텔톤의 꽃바구니를 받고도 감동하지 않으신걸까? 내주특기 지레짐작 발동.
차라리 돈을 보낼껄 그랬나 꽃보다 돈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사진으로 보내온 배달 꽃바구니는 넘 예뻤는데 예쁜게 뭔줄도 모르는 사람에게로 간 꽃바구니....
미안해 꽃들아 내가 무지했어!!
그냥 내 만족이지....
내가 좋아 보낸거지...
선물의 에티켓은 상대가 좋아할만한 것일텐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고 보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내 기분이 가라 앉은건 꼭 새언니 탓만도 아닌거 같다.
내일이면 주말~주말이면 이발소에서 9시간 동안 이발을 해야하는 걸 내 몸이 알고 지레 기분이 다운상태 돌입...한거 같다. 한주가 너무 급히 가버렸다.
가만히 가만히...시간을 느끼고 싶은데 느낄 시간을 돈과 맞바꾸다보니 돈은 좀 남았지만... 시간이 시간이....시간아 시간아......이것도 저것도 잡고싶은 내 욕심아 누굴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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