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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그리고 치유

탓은 탓일뿐

by 그냥살기

돈까스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한 생각이 스친다.

아버지라는 굴레를 씌워 놓고 엄마라는 굴레를 씌워 놓고 당신이 내 아버지니까 당신이 내 엄마니까 이랬어야 하는게 맞지.
적어도 당신들은 내 부모였으니까......

부모의 책임과 덕목이라는 굴레를 덧씌우고 그들을 탓하고 있는 나를 본다. 지금도 여전히 그 굴레를 벗겨내지 못한채로 지내는 중이다. 일순간 알았다고 해서 갑자기 철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가 보다.

그들이 과연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나는 그들을 그토록이나 미워하고 원망하는 걸까?

그들이 내게 주었다고 느끼는 나의 상처는 그들이 작정하고 준 것이 아님에도...

다만 그들도 무지해서 그런 것 뿐이었음을 이제는 알게 됐음에도...그들도 그들의 부모에게서 받은대로 했을 뿐일텐데도...내 부모 또한 어리석고 상처입은 사람에 불과하단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들을 향한 분노는 식을 만하면 다시 살아나 불붙어 버린다.

자라면서 내가 느낀 소외감이나 수치심이 켭켭이 쌓여 울부짖는 밤이면 분노가 더 치성한다.

어린 내가 부모나 형제들로부터 느꼈던 경멸과 싸늘함등을 참아내야 하는 이유도 모른체 그 순간을 버티기 위해 꾹꾹 눌러 견디던 지난 시간들이 가슴에 한이 되어 울부 짖는걸 더는 외면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사과하라고 돌이켜 되돌리라고 내 가슴이 외치는 모양이다.

그러나 다 부질없다.

이제와 부모에게 사과를 받을 길도 없고 부모 자신들의 관심사가 아니면 어떤 얘기든 시큰둥하거나 곧바로 화로 맞받아치는 그들과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없음을 나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이 시린 마음은 어디에서 치유해야 할까?

역지사지로 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수천만번 생각뿐이라서 잘 안되나 싶어 삼천배,천배, 만배 또 천배, 계속 천배, 육천배...그렇게 절로 속을 풀어내고 참회했다. 그렇게 염주를 돌리고 참회하고 또 돌리고 참회하고...

그러나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순간에만 화가 잠잠해지는 듯 할뿐이었다.

이제는 내 스스로 치유해야 할 때가 무르익은 건 아닌지...

아파도 상처를 마주해야 할 때가 온듯하다.

그들을 원망해서 없어질 상처도 아니며 그들에게 사과받아 없어질 상처도 아님을 알고 있다.

어린시절 받아왔던 모멸감보다 귀한 나를 위해 수치심 보다 빛나는 나의 오늘을 위해
내 상처를 꼬옥 안아줘야겠단 마음이 든다. 사랑해 태연아!!그리고 미안해 태연아 돌봐주지 않고 무시해서 미안해 어쩌다보니 그러고 있더라.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나한테 그러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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